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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 - 조만득씨의 슬픈 자화상 2016-10-21 23: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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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서울 변두리 작은 이발소의 이발사로서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와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동생, 그리고 바람난 아내가 있는 조만득씨는 과대망상에 빠져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병원을 요양원이라 믿고, 자신을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환자들에게 백지수표를 발행하는 조만득씨. 그는 오로지 망상 속에서만 이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담당의사인 민박사는 그가 망상을 깨고, 자신의 현실로 돌아가도록 치료를 한다. 결국, 망상에서 깨어나 힘든 현실의 삶을 맞이하게 되는 조만득씨.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구로아트밸리에서 공연하고 있는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를 관람하고 왔다.
소설가 이청준의 작품 <조만득씨>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극단 아리랑의 김명곤 각색, 연출 작이다.

구로아트밸리는 처음 가봤는데 구로구의회 건물 안에 있었다. 작은 규모의 극장이라 생각하고 갔는데
2층 객석까지 있는 넓은 규모였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무대 세트가 2층으로 구성되어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2층 객석까지를 고려해 무대 장치를 디자인한 것 같았다.

작품은 한 남자(조만득)의 비극적인 인생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공연을 보면서 주인공이 정말 불쌍하게 느껴졌다. 조만득에게는 현실보다 자신이 만든 허상의 행복이 그를 위해 더 나은 삶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은 소설가 이청준 선생님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에, 관람하면서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는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장면마다 음악을 활용하거나 뮤지컬적인 요소를 가미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주된 배경이 되는 정신병원의 에피소드가 극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서로 다른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웃음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이 작품은 95년도에 초연해서 호평을 받고 20년이 지나 다시 무대에 선보인 공연이었다. 관람하며 현재의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게 조금 수정되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극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발사라는 직업이나 안기부 등이 당시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들어봄직한 것들이었지만, 지금은 젊은 관객들에게 손쉽게 와닿지는 않았다. 작품을 보면서 시대에 따라 관객들의 입맛이나 트렌드가 계속해서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관람한 날이 개막하고 첫 공연이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관람한 아이들이 많았다. 작품에서 비속어나 선정적인 묘사 비슷한 장면들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비극성이 커서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는 것보다는 어른들이 관람하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청준 작가님의 작품을 연극으로 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
기회가 된다면 원작 소설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 플티 리뷰단 1기 이소민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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