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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 이중적 자아, 그리고 구원을 담은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 2017-02-12 16:11:24
그냥커피 조회2,869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는 `전쟁과 평화`로 유명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주1)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각색한 작품이다.
톨스토이의 작품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리얼리즘, 이중적 자아, 그리고 구원..
대부분의 톨스토이 작품은 19세기 말 러시아의 리얼리즘으로 대변되고 있으며 귀족의 부패와 가난한 민중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 스스로 청교도적 삶의 재판관과 삶을 사랑하는 시인과의 사이에서 내적으로 갈등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삶과 죽음, 육체와 정신, 사랑과 진리에 대한 관념을 통해 인간에 대한 구원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Lev Tolstoy in Yasnaya Polyana", 1908, the first color photo portrait in Russia.
'날개 잃은 천사 (원제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그런 톨스토이 문학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구두를 만드는 가난한 '시몬'과 날개를 잃고 땅 위로 떨어진 천사 '미가엘' 사이의 이야기 구조 속의 3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가난한 이와 부유한 귀족들의 대비되는 사실적인 삶, 그들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그 삶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외국의 고전 문학을 현대적으로, 그리고 한국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문화와 시대조류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음악을 함께 해야 하는 뮤지컬이라면 더더욱 연출해내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다.
한국의 지금은 '인간의 존재 이유와 존엄의 가치'의 끝없는 추락을 겪고 있다. 기득권으로부터 철저히 무시와 배제를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야말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자문으로 연속되는 한국인의 삶이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가 바라봤던 19세기 러시아와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음을 각성시킨다.
그리고 말미에 던지는 세 가지 질문을 곰곰이 되짚어 보며 찌든 삶 속의 희망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작은 무대의 뮤지컬이지만 그 자체의 완성도도 꽤 놀랍다.
첫 곡에서부터 마지막 합창까지 박수를 아끼지 않을 정도의 멋진 곡들로 가득하고, 그것을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가창력과 찰진 연기력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더불어 귄있는 (귀염성 있는) 배우의 역할이 감칠맛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 극의 재미를 훨씬 더해 준다.
각색, 음악, 연기 모두 다 훌륭했으며 잠시나마 어두운 현실을 탈피해 행복한 미소를 짓기에 충분했다.
추운 겨울밤, 호호 손을 불어가며 북촌을 찾아 나섬이 행복했던 그런 따뜻한 뮤지컬로 남는다.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 포스터
원작 : 톨스토이
제작 : 조이피플
연출 : 서은영
각색 : 김창대
음악감독 : 김은지
조명 : 곽두성
출연 : 시몬 이정구, 마트료나 김지혜, 천사 박규호
공연문의 02-988-2258

(주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백작(Граф 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 1828년 9월 9일 ~ 1910년 11월 20일)은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 개혁가, 사상가이다.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였으며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전쟁과 평화》 (1869), 《안나 카레니나》 (1877) 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러시아 문학과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플티 리뷰단 이재열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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