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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한 지붕 세가족, 연극 ‘오백에 삼십’ 2017-04-23 21:54:03
그냥커피 조회2,825
<아.. 내 옆구리..>
코믹 서스펜스라 자평하고 있는 연극 '오백에 삼십' 이야기다.
세상에나..두시간 가까운 공연 동안 쉬지 않고 계속 웃었다.
근래에 이렇게 웃어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하도 웃어서 옆구리도 아프고 저 밑에 남아있던 웃음의 뿌리까지 뽑혀나간 듯 모조리 동이난 느낌이다.
모든 것을 잊고 근래의 모든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분들에게 이 연극 강력 추천하고 싶다.

<한 지붕 세 가족>
80년대 일요일 아침을 주름잡았던 시추에이션 드라마가 있다. 바로 '한 지붕 세 가족'이란 드라마다.
서울 어느 골목 주택가를 배경으로 한 집에 세 들어 사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던 드라마다. 다양한 세대층과 다양한 직업군의 소시민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갈등과 화해를 통해 그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이야기했던, 당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드라마였다.
연극 '오백에 삼십'은 삼십 년 전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연극이다.
매달 월세에 전전긍긍하며 한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배경은 '돼지 빌라'라는 월세 집.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은 가난한 소시민들이다. 그들의 소원은 월세를 내지 않는 전셋집으로 옮겨 가는 것.
한 달 한 달 빠듯하고 힘들게 살지만 서로 믿고 의지하며 알콩달콩 살아간다.
그들은 기득권의 상징이자 '조물주 위 건물주' 위세로 무장한 집주인과의 큰 사건에 휘말리며 그들의 마지막 힘이었던 서로 간의 신뢰는 힘없이 부서져 버린다.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 한 장면
<좋은 연극의 조건>
연극은 배우의 말과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그들의 언어는 때로는 시가 되고 때로는 노래가 된다.
그리고 이 연극처럼 현실을 꼬아대는 언어의 유희가 되기도 한다.
말이 이렇게 재미난 것이었을까?
꼭 좋고 올바른 언어를 사용해서가 아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던 비속어 들이 많지만 상스러움은 빼내 풍자만 남겨놓은 것들이다.
평소 터부(taboo)로 여기던 것들을 마구 사용해 대는 짜릿한 쾌감이다.
그것이 굉장히 귀엽다.
좋은 연극은 무대를 넓고 입체적으로 사용한다.
관객이 들어온 입구는 무대의 주요 무대인 '돼지빌라'의 입구였으며 관객은 그걸 인지하는 순간 마실 나온 동네 아줌마 아저씨가 돼버리며 무대가 확장된다.
연극은 네 개의 출입구를 골고루 사용해 입체감을 확장시키고 있으며, 그중 고무줄로 만든 입구는 플래시 백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기도 하고 공간을 연결시키기도 하는 등, 관객의 상상을 자극하는 배우와 관객의 약속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연극 무대, 왼편 '돼지빌라' 출입구로 관객이 입장하고 있다.
<분열과 희망>
앞서 언급했던 `한 지붕 세 가족` 드라마는 삼십 년 전 드라마지만 연극 속 소시민의 애환은 삼십 년 전 드라마의 그것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자본을 쥐고 있는 기득권과의 기울기는 균형 잡히지 않았고 오히려 급속히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자신들이 기회를 늘리고 획득한 재화를 고수하기 위해 끊임없이 비기득권을 분열시킨다. 노조를 파괴하는 첫 번째 키워드가 바로 '분열'이듯이 말이다.
왜일까?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비기득권의 신뢰로 똘똘 뭉친 협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겨울, 그 희망의 가능성을 보았다.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의지해 불의로 가득한 암적인 존재들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끌어내릴 수 있었다.
불평등으로 기울어진 사회를 평평히 가다듬을 절호의 기회를 만들었으며 처음으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될 가능성이다.
연극에서 말하듯 오백에 삼십으로도 멋지게 살아갈 평평한 세상으로 거듭나기를, 너무 웃어 아픈 옆구리 꼭꼭 눌러가며 간절히 희망해 본다.

<오백에 삼십>
* 스탭
작/연출_박아정, 프로듀서_이홍기, 조연출_신민규,이재원, 조명_신민규, 기획홍보_서민지
* 출연진
허덕 역-이재원,정태원,김현준,이용탁,장인혁, 흐엉 역-남경화,정미마,김소연,김수현,이지혜, 배변 역-이재혁,은정완,이정환,이현진,정세윤, 미쓰조 역-조민희,정여진,이은주,하진,박연주,반은세, 여멀티 역-박아정,정승현,박소영,최민주,권혜영, 남멀티 역-이진욱,신민규,오지용,최민석,김성준
* 극장 : 대학로 풀빛극장
* 제작/기획: 극단 돼지
* 기획홍보: 대학로발전소
* 문의: 1661-4975
연극 '오백에 삼십' 포스터

* 플티 리뷰단 이재열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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