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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준 관객 개막리뷰 2017-04-26 05:37:44
애플씨어터 조회2,811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 6번째 작품인 <강택구>(연출 김정근) 관람했다.

<강택구> 러시아 유학파 1세대 , 박신양, 김태훈, 김유석이 1995 모스크바 현지에서 발표한 화제작으로, 이듬해 96년에 동서희곡문학상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 소개되었다.

원작은 본래 6.25 전쟁 시기 이별한 이산가족으로 인해 생긴 남과 북의 배다른 형제를 소재로 삼았으나, 2017 이번 공연은 현재상황과 정서를 고려하여 탈북민이 등장하는 일부 각색되어 올려졌다.



무대는 줄곳 컴컴한 지하창고만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작품이 사실주의 희곡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주지시키듯,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목판과 각목 , 조명과 음향 등도 최소화된 무대 위에 마치 헤롤드 핀터의 '덤웨이터'에서처럼 영문도 모른채 끌려온 사람이 등장해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때론 말다툼도 벌이고 신세한탄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고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공감대를 찾기도 한다.


외화벌이를 위해 시베리아 벌목공이 강택구가 북한 동포들의 고통받는 현실을 보여준다면, 아버지의 강요로 모스크바 유학을 강두만은 남북통일에 대해 무관심하고 자기중심적인 대한민국의 분단 2,3세대들을 나타내고 있다.

얼마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던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통일은 골치아픈 일이고 불필요한 일이라며, 가난한 북한 사람들을 우리 세금으로 먹여살려야 하냐며 통일에 반대한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단이 고착화됨에 따라, 한민족이라는 동질성은 옅어지고. 이질감과 적대감만 커진 안타까운 현실을 새삼 느낄 있었다. 북한 정권과 군부는 우리의 주적일지라도 밑에서 고통받는 동포들은 우리 핏줄이 분명한데, 작품 이복형제는 잊혀져가는 사실을 애틋하게 표현하고 있다.

사실 작품은 실제 실향민 아버지를 전훈 작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만큼 분단된 역사와 아픔과 가족애가 작품 곳곳에 절절히 나타나고 있고, 등장한 배우는 풋풋하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로 디테일을 표현해냈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에서 일어서려는데, 공연장 액자 체홉과 마주쳤다.

언제부터인가 술집상권이 줄을 서게되고 말초적이고 통속적인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는 대학로에서 여전히 안톤 체홉의 작품을 비롯한 사실주의 연극을 진정성 있게 감상하고 느낄 있는 공간이 아직 남아있다는 생각에 행복해졌다.

<강택구>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의 대박을 기원해본다.


<강택구>(연출 김정근)

12 이상, 90, 아트씨어터 , 2017.04.2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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