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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연출, 그리고 무대장치의 나란한 발맞춤 2018-06-09 15:58:33
달나라의장난 조회2,353

이오진작 문삼화 연출의 공상집단 뚱딴지의 바람직한 청소년은

총 7명의 배우가 출연하는데
두 명의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모두 1인 2역을 맡는다.


여기에 극을 감상하는 첫번째 포인트가 있다.



그리고 두 주인공 이레와 현신이 한달동안 반성문을 쓰는 좁은 공간인 반성실은
무대 한 가운데 차지하고 있는데 반성실을 포함한 무대장치가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연기력이나
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바람직함'에 대해서는
많은 관객들이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는 감동요인일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첫번째 포인트인 배우들의 역할은
두 주인공을 비롯한 각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계들로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전교1등 이레와 싸움 1등 현신은
각각 동성애 행각과 오토바이를 훔쳐타는 사고를 쳐 반성실에 갇힌다.

둘은 각 분야에서 1등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소수자에 해당한다.


처음엔 서로에게 반감을 드러내지만 차츰 서로는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현신은 동성애자인 이레의 키스 사진을 교내 게시판에 붙힌 범인을 잡는걸 도와준다.


극이 전개되면서 두 주인공이 자신들이 추측한 용의자를 만나는 동안
조연들은 자신들의 두번 째 배역을 차례차례 보여준다.

그러면서 등장인물들 간의 힘의 역학관계가 역전된다.


이의령배우는 현신의 친구이며 체육교사역을 맡았다.
현신보다 싸움을 못하는 인물이지만
체육교사로 나왔을때는 현신에게 아주 가혹하다.

이밖에도 교장과 체육선생, 여학생(교은)과 양호선생 등
모든 조연이 자신이 맡은 또 다른 인물을 연기하면서
의외의 동력으로 극을 전개시켜나간다.


인물들간의 관계의 반전이 거듭되는 동안 주인공들 내면의 깊이가 드러나고
이레와 현신의 둘사이는 돈독해진다.



이런 장치는 본래 희곡에서의 설정이라기 보다
연출이 캐스팅을 하고 극을 구성해 가는 과정에서 희곡의 요소를
더 리듬감있게 만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작가와 연출이 2인 3각 달리기를 하는 것 같다.



무대장치에서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는 반성실은
무대 중앙에 위치하며 바닥보다 몇 십센치 높게 만들었다.

메인무대인 반성실은 관객이 앉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정면이 아니게 각도가 살짝 틀어져있다.


극을 관람하는데 다소 불편해 보일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불편함이 오히려 관객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배우들의 동선이 보다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기능을 한다.



두 주인공이 반성실에 갇혀있다는 설정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반성실은 둘을 하나로 묶고
서로에게 솔직해지면서 주인공들에게 자유로운 공간이 된다.


더군다나 사건을 해결해감에 있어서
그들은 반성실 안에서 시공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이며
정신적인 답답함을 풀기도 한다.


한달간의 근신기간이 끝나고 반성실을 나갈때
오히려 주인공들이 답답한 교실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품의 메시지이기도 한 '바람직함'이라는 단어의 역설이
무대장치에 은근하게 배어있는 것이다.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은 희곡과 연출 그리고 무대장치가 하나의 주제를 향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극을 이끌어간다.


그런 짜임새있는 바탕에 배우들의
살아숨쉬는 에너지가 더해진 극이라 평하고 싶다.

오랜만에 아이디얼리한 소극장 무대를 보여준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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