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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우나>리뷰 2016-08-07 01:11:19
김영혼 조회2,739

<사우나> 손님으로 세 명의 며느리가 등장한다.

첫째 며느리는 자식들에게 헌신하고, 둘째 며느리는 헌신짝 되었으며 셋째 며느리는 일탈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트로트 여왕을 꿈 꾼다.

특정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는 부연설명이나 특정 사건을 설정하지 않아도 저절로 스토리를 확장시키고 개연성을 갖게 된다. 첫째 며느리은 살림밑천이고 둘재 며느리은 밝고 셋째 며느리은 예쁘다- 와 같은 캐릭터 설정은 그런 부분에서 효율성있다 싶었다.


세 명의 며느리는 삶을 이야기한다.

말로 이야기하고, 몸으로 말하며 소품으로 보여준다.

제일 찡했던 것은 큰며느리가 2G폰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공연이 시작하는 때에 영상으로 보았던 둘째 며느리는 비싸보이는 아파트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 자판을 톡톡 두드렸던 것과 대비됐기 때문이고,

우리 엄마가 최근까지 2G폰을 사용했다는 것이 연상됐다는 점도 한 몫했다. 첫째 며느리는 우리 엄마를 닮았다.


둘째 며느리는 끊임없이 먹는다. 영상에서도 먹는 모습을 보이고, 무대 위 사우나에서도 먹는 것에 집착한다.

심리적인 허기를 보여주려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인물의 습관을 만들어놓으면 관객인 내가 상상할 거리가 생기고 캐릭터가 더 살아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둘째 며느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탐색하려 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행을 가거나 연예인을 쫓아 다니기도 한다는 것이 그 것이다. 아마 마지막 장면만 아니었다면 둘째 며느리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였을 것 같다. 막내 며느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첫째 며느리에게 자기도 이제 첫째 며느리처럼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야겠다는 반성과 함께 셋째 며느리는 철이 안들었다, 우리가 이해하고 그냥 두자는 식의 대화를 하는데 캐릭터에 마음이 떠나가는 동시에 이 공연에 아쉬운 점이 되었다. 어째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엄마 혹은 며느리는 미성숙하게 그려지는 것일까?


그리고 술주정에 폭력까지 행사하는 듯한 셋째 며느리 남편의 설정 또한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트로트를 맛깔나게 부르는 덕에 공연장 분위기가 업되는 듯 했다.

트로트 부르는 장면에서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하고, 중년의 아주머니 두 분을 무대 위로 모시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무대를 즐기는 모습에 놀랐다. 연극 <사우나>의 묘미는 바로 이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엄마, 며느리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인물을 무대 위로 끌고 오면서 이 공연은 실제 엄마이자 며느리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엄마로 시선을 옮겨가게 한다. 나는 무대 위 다른 엄마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를 위해 살았던 엄마를 떠올렸다. 우리 엄마가 자식인 나를 위해 헌신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이 글은 플레이티켓 1기 리뷰단 김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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