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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플레이투스테이지 - 한국어에 대한 남다른 탐구,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성기웅 연출 2017-01-07 17: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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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이번 '플레이투스테이지'를 찾아온 손님은 극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대표)이다.

극본/연출_ <다정도 병인 양하여>, <소설가 구보씨의 1일>, <깃븐우리절믄날>, <삼등병>
극본_ <조선형사 홍윤식>
공동극본/공동연출_ <신 모험왕> <태풍기담>
번역/연출_ “과학하는마음” 3부작(히라타 오리자 작),<정물화>(유미리 작)
각색/협력연출_ <가모메> (제50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외 수상)
외 다수

“극작가이면서 연출가인 성기웅은 강렬한 에너지나 감정보다는 관객의 사유와 감성을 자극하는 지적이고 세련된 연극을 만들어왔다. 또, 옛 서울 방언을 무대화하거나 생생한 구어체 대사의 채집, 문장의 낭독으로 이뤄지는 공연 등을 꾸준히 시도하며 한국어에 대한 남다른 탐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문학적인 감각을 연극 무대로 치환해내는 듯한 그의 연극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그 변화를 늘 밀도 높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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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12언어 연극스튜디오'라는 극단 이름이 독특하다.

ㄴ‘제12언어’라는 이름은 한국어가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많은 사람이 쓰는 언어라는 통계에서 착안했다. 연극을 하는 데 있어서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한국어로 연극을 한다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인식하고 또 아름답게 쓰는 것을 고민해보자는 의미다. 현대한국어뿐 아니라 조상들이 사용했던 옛날 말이나 토속어, 방언들도 발굴하고 무대에서 표현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한국어와 다른 나라 언어들이 같이 사용되면서 무대화하는 것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언어에 집중하다 보니 낭독공연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단순히 희곡을 낭독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문장을 낭독하는 공연을 하였다. 산울림소극장에서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이라는 공연이었는데 한국 대표소설가들의 단편소설의 문장을 그대로 읽으며 연기를 보여주는 방식이었고 2011년 12년 그리고 14년 세 시즌에 걸쳐서 공연했다. 소설의 문장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그 상황을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입체적인 낭독공연이었다. 이후에 비슷한 스타일의 연극이 많이 행해졌다. 이런 공연은 언어가 가지는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배우가 텍스트를 읽어냈을 때 특별한 감각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맛이 있다.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는 모국어인 한국어에 대한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문학성과 연극성 사이에서 새로운 수사학을 탐구하고 고민한다.


▲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 성기웅 연출

Q. 희곡작가와 연극연출을 하게 된 동기와 그간의 활동 이력을 알려달라.

ㄴ대학생 시절에 연극반 활동을 하게 되면서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소설을 쓰는 것보다 극본을 쓰는 일이 더 재밌어서 극작가가 되고자 했고, 대학원에서 연극 연출을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극작과 연출을 병행하게 되었다. 2006년에 '과학하는마음- 발칸동물원 편'의 연출과 '삼등병'의 극작, 연출로 본격적인 연극 작업을 시작하였다.

Q. 연극 '과학하는마음- 숲의심연 편'은 어떤 작품인가?

ㄴ 일본의 극작가 겸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하는 마음' 연극 시리즈 중 하나다. 히라타 오리자 씨는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생명과학을 소재로 한 연극을 만들거나 로봇연극을 만들곤 한다. '과학하는마음' 시리즈는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들이 대학의 연구실 혹은 실험실의 휴게실에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토론을 벌이는 것을 그대로 무대에 담아낸 독특한 연극이다. 일련의 연극으로, 3부작으로 발표된 것을 내가 한국어로 번역하여 한국에서 모두 공연했다.

이 '숲의심연 편'의 원작은 그 3부작 시리즈 전체의 내용을 아우르는 종합편 혹은 번외편이라 할 수 있는데 원작의 일본 배경이 아니라 한국인 과학자들의 이야기로 각색했다. 2011년에 대학로의 정보소극장에서 초연했고, 그때 제4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을 받았다. 그것을 5년 만에 다시 올린 것이다.


▲ 연극 '과학하는 마음-숲의심연 편' 공연 장면

Q. 일본작품 특히 히라타의 희곡을 소개하게 된 계기는?

ㄴ 대학 시절에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며 도쿄에서 연극을 많이 보았다. 히라타 오리자의 연극은 당시 일본에서 본 연극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때만 해도 일본의 연극 스타일은 격렬하고 절규하는 표현을 담은 소위 ‘센’ 연극이 대부분이었다. 반면에 히라타의 연극은 지적이고 사색적이었다. 인위적이고 어색한 대사가 아니라 도쿄 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생생한 생활 일본어를 무대에서 그대로 말했기 때문에 ‘리얼하다’고 느껴졌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귀국할 때 히라타 오리자의 희곡집과 연극론 집을 사 왔고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하면서 그의 연극을 사숙했다. 이후에 서로를 스승과 제자처럼 여기며 함께 연극을 만들기도 했다. '신모험왕'이란 작품은 히라타 오리자와 내가 공동창작을 한 작품이다. 배경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배낭여행객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내 작품과 다르게 코믹하고 시끌벅적한 작품이다. 제작도 히라타의 극단 세이넨단과 우리극단이 합작으로 만들었다.


▲ 연극 '과학하는 마음-숲의심연 편' 공연 장면





Q. 본인의 작품들이 극적인 갈등과 긴장감보다는 주로 섬세하고 잔잔한 것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데.

ㄴ 잔잔한 연극을 한다기보다 ‘주입식의 연극’을 기피한다고 할 수 있다.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나로서는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이 싫었다. 일방적으로 지식과 감정을 전하고 강요하는 ‘주입식 방법’이 많은 연극에도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연극이 작품의 주제와 캐릭터, 감정 등을 관객들에게 분명하고, 강렬하게 전하려 애를 쓰고, 관객들은 그걸 얼마나 확실하고 크게 느끼느냐에 따라 감동의 척도가 되며 이것이 결국 공연의 좋고 나쁨으로 평가되는 것 같다.

연극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요새 TV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주입’하는 구조가 심해졌다. 배경음악과 효과음악, 클로즈업, 자막, 반복화면 같은 편집, 컴퓨터그래픽까지 동원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어떤 출연자의 심리에 주석을 다는 것들이 보편화되었다. 시청자가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를 미리 결정하고 강요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것이야말로 시청자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극 무대는 기술적으로 TV나 영화를 이길 수는 없지만, 관객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줄 수 있다. 특히 '과학하는 마음'처럼 조명, 음향 효과도 없는 연극이라면 매 순간 관객들이 어디에 주목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연출가의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

그래서 정해진 답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모든 관객들을 어떤 큰 감정 속으로 몰아가는 연극보다는, 관객들이 각자 품고 있는 생각과 감각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수 있는 연극, 감정보다는 뇌를 자극하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Q. 자신의 연극을 관객들이 어떻게 보고 느꼈으면 하는가?

ㄴ 연극이 관객들에게 자유로운 생각을 유도한다고 해서 그 판단에 대해 무조건 관객의 몫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은 다소 무책임하다. 어느 정도 관객을 유도하는 폭과 방향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딱 정해진 주제를 향해 달려가기보다 여러 가지 테마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들이 우리의 연극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소비하는 것보다 생각과 감각을 자극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요새 TV 드라마를 보면 극단적인 캐릭터가 많은 것 같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이 확실히 구분되고, 악한이나 악녀 캐릭터도 많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그렇게 선악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사악한 사람이 자기 얼굴에 사악하다고 써 붙인 듯 행동하고 말하지도 않는다.

극단적인 판단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자기 삶의 문제, 주변의 사건과 사람들을 대하듯이, 내가 만든 연극의 이야기와 인물들에 대해도 호기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자기의 가치관과 기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판단을 내리다 보면 묻어두었던 생각과 감각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우리의 연극을 계기로 관객들이 느끼는 어떠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가면 좋겠다.

내 은사였던 연출가 이상우 선생님의 인터뷰를 얼마 전에 우연히 봤다. 선생님께선 연극을 만드는 일을 하는 이유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라고 말했다. 내가 바라는 것도 꼭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영감이 관객마다 달랐으면 좋겠다. 만약에 연인끼리 우리 연극을 보러 온다면 공연을 보고 공감해서 서로 손을 꼭 잡고 흐뭇해하기보단 공연 속의 내용과 사건에 대한 가치 판단, 또는 극 중 인물에 대한 호불호가 서로 달랐으면 한다. 우리 연극을 놓고 서로 토론하고 수다 떨 거리가 많아서 관객들의 기억에 남길 바란다.


▲ 연극 '삼등병' 연습현장에서

Q. 자신의 연출적인 스타일을 출연 배우들에게 설명하고 그것을 연기로 표현하게 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은가? 그러기 위한 남다른 배우 트레이닝이나 소통의 방법이 있는가?

ㄴ 보통 내 연극 스타일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다. 그 배우들은 열린 마음으로 연습에 오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밀고 나가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와서 처음 연출을 할 때를 생각해보니 운 좋게 내 스타일을 이해해주는 배우들을 만났던 것 같다. 10여 년 전에 처음 연출할 땐 -당시 '과학하는 마음'을 대학원 워크숍 공연으로 연출했다- 배우들이 내 연극방법에 대해 다소 파격적이라 생각했다. 객석에 등을 지고 대사를 하거나 배우들끼리 서로 대사가 겹치게 말하는 것 등 기존의 연극에선 금기시하는 방법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그때 참여했던 배우들은 그 점이 오히려 파격적이라 생각하고 호기심을 가져줬다.

배우들에 대한 특별한 트레이닝 법까지는 없지만, 나만의 연기 워크숍을 조금씩 만들어나가고 있다. 연습 때 시도하는 방식은 배우들에게 객석이 어느 쪽인지를 신경 쓰지 않고 매 장면을 연기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연출자리를 지정해놓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가면서 연습을 지켜본다. 이는 연습 초반에 진행되는 방법인데 배우들이 자기의 캐릭터나 대사를 관객들에게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공간에 놓여있는 사물과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를 먼저 신경 쓰게 하기 위해서이다.

보통의 연극은 연습 초반부터 관객에게 잘 보이고 잘 들리게 하는 것에 신경 쓴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 공간에서 살아 움직이며 다른 인물들과 관계를 맺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자기가 맡은 캐릭터의 움직임과 그 내면을 관객에게 어필하는 데 우선하게 된다. 그러면 리얼리티가 깨지고, 인간관계의 연극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캐릭터들을 관객 눈앞에 늘어놓는 이른바 ‘캐릭터 열전’이 되는 느낌이다. 객석에 어떻게 보일게 할 것인가는 연습 후반에 고민하는 편이다.

Q. 대부분의 작품들이 작, 연출을 겸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대본의 완성이 없이 연습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ㄴ 대본이 완성되지 않은 채 연습이 시작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건 단지 내가 바빠서 대본 준비를 다 못했기 때문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존 선배들은 대본리딩연습 이른바 ‘테이블 작업’을 오랫동안 했다. 희곡을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인물들의 이야기나 진실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나는 그 인물이 어떤 공간, 어떤 상황, 어떤 사람들과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딩연습을 가급적 짧게 하고 연습 초반의 1~2주 동안은 ‘장면 스케치’라고 해서 대본을 들고 서서 자유롭게 연기하게 한다. 이렇게 전체 장면을 적어도 한 번씩 해보고 공연의 밑그림을 완성시킨다. 그 과정에서 대본도 좀 고치고, 무대디자인도 결정하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좀 조정하는 것이다.

극작과 연출을 겸하기 때문에 대본을 쓸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미와 이미지 등을 연습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다. 희곡을 읽는 독자의 상상력도 작가의 의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처럼 연출할 때는 작가인 나를 벗어나서 현장의 배우 스태프들과 그들에게서 나오는 감각과 상상력을 잘 이끌어내는 것에 집중한다.

Q. 작가나 연출가들 중에 자신의 스타일과는 다르지만, 인상에 남거나 연극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꼽는다면?

ㄴ 고선웅 연출가를 좋아한다. 내가 고선웅 연출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의외라고 한다. 그분의 무대가 에너지가 넘치고 연극적인 과장이 많아서 내 취향과는 정반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분의 작품은 지나치게 에너지 넘치거나 신파적인 것, 또 연극적인 과장까지도 구태의연하지 않고 참신하다.

꽤 독특한 요소로 예를 든다면, 그의 연극에서 배우가 무대에서 과장된 동작을 취한 채로 정지해서 긴 대사를 단순한 톤으로 ‘다다다다’ 뱉어내는 경우가 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감정을 실어서 설명적으로 늘어놓지 않기에 이런 연기법은 다중적인 표현이 될 수 있다. 그런 연기를 하는 동안 배우의 정지한 몸은 어떤 기호가 되어있는데, 몸과 말의 정서가 일치하지 않은 상태, 달리 말하면 이미지와 텍스트가 분리된 채로 관객에게 전해진다.

눈으로 들어온 이미지와 귀로 들어온 텍스트가 다시 결합되는 건 관객의 머릿속이다. 따지고 보면 그의 연극이야말로 관객의 뇌를 자극하고 활성화시키는 연극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받은 뇌의 자극이 가슴으로 옮겨가는 듯하다.

Q. 우리나라 연극계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ㄴ 최근에는 아주 확실한 문제점이 있었다. 권력자들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왔던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개선’보다는 바라는 점을 말하라면 영화가 천만 관객의 시대를 맞이한 것처럼 연극이나 공연을 보는 문화도 좀 더 퍼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뮤지컬을 즐겨보는 사람은 많지만, 소극장연극은 별로 없다.

공연을 제작해서 홍보마케팅 활동을 하다 보면 대형 언론사의 기사 보도를 기대하게 되지만 갈수록 마이너한 대학로 소극장연극이 보도되는 비중은 줄어든다. 상업적인 공연에 맞서서 티켓예매사이트에서 노출 경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 같은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홍보 마케팅채널이 생겨나길 바라고 있다.

Q.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ㄴ 인터넷 등에서 찾아보면 영화에 대한 관람 후기는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까탈스럽고 예민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작품을 읽어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연극도 그렇게 봐줬으면 좋겠다. 한국영화가 수준이 높아진 것이 관객의 눈높이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평하는 말을 들어보면 수준이 높고 취향도 까다롭다는 걸 느낀다. 연극을 볼 때는 그런 기대도 작고 만족도의 기준을 스스로 낮추는 것 같다. 영화를 볼 때는 자기 취향과 방식대로 해석하며 받아들이는데, 연극을 볼 때는 마치 논문이나 과제 거리를 대하듯이 어렵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국어 시간에 정답을 맞히듯 공연이 끝나고 주제나 의미가 뭐냐고 물어올 때가 많다. 그냥 자기만의 기준과 취향으로 까다롭게 연극을 보고, 그것에 대해 말하고 다니는 것이 오히려 연극 장르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연극도 까탈스럽게, 요샛말로 ‘까칠하게’ 연극을 봐줬으면 좋겠다.


▲ 플스 43회 방송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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