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플레이투스테이지 - 끓지 않아도 괜찮아! 젊은 극단 구십구도의 홍승오 대표, 진한나 피디 | 2017-05-05 15:35:47 |
플티 | 조회5,129 |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플레이투스테이지의 60회 출연자는 젊은 극단 99도의 홍승오 대표와 진한나 피디이다. * 플스 60회 방송 바로듣기 Q. 각자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ㄴ 홍승오 : 현재 극단 99도 대표 겸 배우, 희곡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 진학 실패 후, '행복'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했고 그 해답으로 연극을 선택했다. 사실 제주도 출신이어서 문화생활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 대학교에 연극영화과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 그저 공부 잘해서 육지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학을 나오진 못했지만, 제대 이후 상경할 밑천을 마련하는 기간 외에는 줄곧 연극현장과 사회현장(시민운동)에 있었다. 그러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극을 해왔으며 나만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좀 더 제대로 놀아보자'라는 생각에 극단을 창단하였다. ㄴ 진한나 : 현재 극단 99도 기획 겸 배우, 무대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역시 공연예술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초, 중, 고, 그리고 서울의대에 진학한 뒤에도 계속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고 의대 졸업 후에도 서울대학교 연극반 동문이 만든 '관악극회'에서 연극을 했다. 그러다 알게 된 홍승오 대표 및 대학로의 젊은 배우들과 의기투합하여 극단 99도의 창단 멤버가 되었다. 의사가 연극을 한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소의(小醫)는 사람을 고치고 중의(中醫)는 마음을 고치고 대의(大醫)는 사회를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아직 나는 사람을 고치는 소의로서의 능력도 부족하지만 내가 가진 의학지식과 연극에 대한 애정을 활용해 사람들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다. 주 4일은 의사생활을 하고 3일은 극단생활을 하고 있어서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플스 60회 게스트. 극단 구십구도 홍승오 대표, 진한나 피디 Q. 극단 99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ㄴ 홍승오 : 99도는 물이 끓기 바로 직전의 온도이다. 끓지 못하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끓는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와 성공의 상징이다. 우리는 '끓지 않아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간혹 주위에서 '얼른 끓어라'라는 응원의 소리를 듣긴 하는데, 눈에 보이는 성공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정말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일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면 끓지 않아도 충분히 자기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우리 같은 청년들의 화법을 이해하고, 정확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면 성과는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ㄴ 진한나 : 기성세대들을 젊은이들에게 노력이 부족해서 혹은 1℃가 모자라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을 한다. 그걸 빌미로 젊은이들을 무작정 채찍질하는 사회가 아쉽다. 기성세대가 정해 놓은 기준에 청년들을 맞추려는 사회에 대한 반발의 메시지가 담긴 이름이다. 99도만 돼도 충분히 뜨겁다. ㄴ 홍승오 : 앞서 말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작년 10월 창단공연 '밥상머리'라는 연극을 올렸다. 이 작품은 10대 때부터 서로를 격려하고 친분을 유지하던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각자 사회에 나와 서로 다른 분야에 있는 친구들이 얼마 전 술자리에 함께 모였는데 모두 자기가 제일 힘들다고 토로하는 것이었다. 예전엔 내가 연극을 하는 것에 대해 '좋아하는 일 하니까 멋있다' '고생한다' '꿈을 이뤄라'라고 격려해주던 친구들이 이제는 하나같이 자신의 삶에 대해 한탄만 하는 것이었다. 그 술자리의 상황을 그대로 연극으로 옮겼다. 암전도 없이 실시간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올해 2월 두 번째 작품인 '신의 직장'을 올렸고, 이 연극 역시 사회 풍자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현재는 시민단체 '바꿈', 극단 '행'과 함께 '고시원의 햄릿공주'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5월 9일 대선투표일에 시작하여 14일까지 공연한다. Q.극단 멤버구성은 어떠한가? ㄴ 진한나 : 현재 멤버는 상임 연출 포함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특한 점은 단원들이 작가, 기획, 조명, 영상 등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의 포지션도 각자 하나씩 맡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역할들은 공연제작에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다년간 활동을 했던 노하우를 토대로 극단 내의 전문적인 영역이 되었다. 이는 극단의 작품 제작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다른 극단에 비해 제작경쟁력이 있다. Q. 다른 젊은 극단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ㄴ 홍승오 : 지속 가능한 모델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사실 젊은 극단들은 경험이나 자본의 한계로 힘들어한다. 그러므로 극단 안에서 할 수 있는 연극 외의 활동들을 찾고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수익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각자가 가진 능력이 다양하고 전문적이기 때문이고 우리만의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Q. 극단을 차리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더불어 젊은 극단들이 많이 생기는데 기성극단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과 다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ㄴ 홍승오 : 극단을 차렸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기성극단에서는 그 선생님들 나잇대에 그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리 같은 젊은 배우들이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는데 극단 선생님들의 나이가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린다면 평생 못할 것이다. 나도 다섯 살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에게 세대 차이를 조금씩 느끼는데, 한참 위의 연극계 선생님들과의 틈은 더 클 것이다. 연극 '신의 직장' 공연사진 Q. 기성극단 내에도 젊은 배우들을 위한 워크숍이 있지 않은가? ㄴ 홍승오 : 전체적으로 대학로 제작환경이 어려워져서 기성극단들도 작품 올리는 빈도수가 예전 같지 않다. 워크숍작품도 기본적인 제작비가 드는데 더더욱 쉽지 않다. ㄴ진한나 : 나는 학생 때부터 의사가 되고서도 극단 활동을 병행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홍승오 대표를 만났을 때 예전에 그가 속한 극단을 눈여겨보았다. 대학로의 연극제작현장을 옆에서 지켜본 것이다. 그 극단에서 워크숍처럼 젊은 단원들이 모여 연극을 올릴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연습이 진행되고 막판에 가서 홍 대표를 비롯한 젊은 배우들이 만든 것을 극단 선생님이 심하게 꾸짖는 것을 보았다. 작품이 선생님들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칠 수 있지만 시도 자체를 격려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ㄴ 홍승오 : 지금 연극적인 역량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 나름대로 박수와 응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있는 활동에 관해 얘기하지 못하면 나중에 후배들에게도 좋은 극단의 시스템을 갖춰서 물려줄 수가 없을 것이다. Q. 젊은 연극인 시각으로 연극계의 폐단을 지적한다면? ㄴ 진한나 : 우리가 경험한 일부를 가지고 일반화하여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열정페이를 강요한 노동착취나 임금체납 같은 문제는 연극계의 공공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극단에서 배우들이 출연료를 받는 것이 대관료나 외부 스태프 사례 등을 지급한 이후에 맨 마지막으로 남는 돈을 가지고 한다. 홍승오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본인 연봉이 70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 생활을 이미 몇 년 동안 해왔던 상태였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구조다. 그걸 참아야 하는 수직적인 의식이 만연해있다. 내 전공인 의대도 도제 시스템이 강한 분야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이런 수직적인 구조는 대학로에 관극하러온 전공생들이 선배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모습만 봐도 느껴진다. 그것이 미시적인 파시즘이고 연극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Q. 예술이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소비시장이 필수적인데 소비를 끌어낼 만한 연극적 가치를 어디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ㄴ 홍승오 : 일단 우리는 창작극을 한다. 그래야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공감을 얻는다. 연극은 동시적이며 그것이 연극의 가치다. 관객의 공감과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죽는다고 생각한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연극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연극의 동시성에 대해 더욱 탐구하고 새로워져야 한다. 극단 구십구도 연습현장 Q. 그것만 가지고 소비를 끌어낸다고 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 ㄴ 홍승오 : 연극작품 몇 편으로 관객들의 소비를 유도하는 것은 사실 한계가 있다. 일단 구조적으로 문화예술은 서울에 편중되어있다. 서울의 문화향유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지역의 향유수준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1/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리고 평생 연극을 한 편도 못 보고 죽는 사람들이, 본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 극단이 지역사회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노동의 가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비시장이 필수적이다'라는 명제에 대해선 반문을 제기하고 싶다. 소비시장이 커져야 관객 접근성도 커지고 예술인들의 삶의 질도 개선되겠지만, 노동은 '노동' 그 자체로서 온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지 소비시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전제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까지 연극판에 자본이 들어오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 생각한다. 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순간 그것에 의한 검열이 발생하고 연극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 관객에게 선택받아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 소비를 유도해야 하는가는 단언하기엔 참으로 어려운 논제다. ㄴ 진한나 : 자본이 개입되는 순간 연극이 공공성과 순수성을 잃을 수 있다면 제도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사실 이 제도를 뒷받침하는 것은 시민들의 세금이다. 하지만 세금으로 연극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연극인들의 노동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괴리감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면 예술가들이 연극을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연극이나 다른 예술 분야가 시민들의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혼자 고고한척하지 말고 예술인들도 각자가 사회일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ㄴ 홍승오 : 제도적인 지원을 얘기했지만 일반 관객들이 봤을 때 또 돈 달라는 소리를 한다는 비난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연극이 소비시장 즉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만족하게 할 수 있는가를 자본의 관점에서만 놓고 본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공식적인 토론의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 Q. 서울시 청년예술단에 선정되었는데 이 사업에 대해 소개를 해 달라. ㄴ 진한나 : 선정된 덕분에 올 한해 숨통이 좀 트였다. 서울시의 지원사업이고 두 작품 이상을 제작한 35세 미만의 젊은 예술인으로 구성된 신생단체를 선정하여 돕는 것이다. 주류에 진입하지 못한 젊은 예술인들이 자본이나 기회가 없어 시도해보지 못했던 작품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극, 무용, 문학, 시각, 음악, 전통, 다원 등 장르별로 단체들을 선정하였고 연극 분야는 38개 단체가 선정되었다. 올 12월까지 활동지원금과 제작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Q. 이를 통해 만들게 될 작품과 99도의 활동은 무엇인가? ㄴ 홍승오 : 사업 기간 중에 연극 한 편을 올리면 되는 조건인데 우리는 지원 받는 사업비로 두 편을 제작할 계획이다. 작년에 했던 창단공연 '밥상머리'가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도 많으므로 극단 내에서도 더욱 발전시켜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수정·보완을 해서 다시 올려볼 계획이다. 그리고 사극을 기획하고 있다. 여말선초의 급변기가 배경이다. 그 당시의 청년을 지금 청년의 모습과 비교하여 보여주고 싶다. 연극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전통연희와 타악을 접목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는 작품트리트먼트만 나온 상태고 12월 예정이다. ㄴ 진한나 : 이 지원 사업을 통해 젊은 단체들을 만난다는 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함께 선정된 젊은 단체들과 교류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톳폿(투표추천) 캠페인 현장에서 Q. 99도는 연극 이외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활동들이 있으며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ㄴ 진한나 : '톳폿(투표추천)'이라는 생애 첫 투표를 독려하는 프로젝트 캠페인에 영상 콘텐츠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성북마을 미디어 지원센터에서 성북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 디제이를 맡게 되었다. 예술테라피와 청년예술인들을 초대해 대담하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또 청량리의 다일 천사병원에서 5월의 진료 봉사를 맡게 돼서 극단 단원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8월에는 연극과 의료봉사를 하러 캄보디아에 갈 계획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참여를 통해 오히려 더 좋은 연극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현장에서 만난 연극배우들을 보면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고립되지 않기 위해 더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필요하다. 연극이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려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ㄴ 홍승오 : 배우는 경험이 중요하다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고 연습실에서 대본에만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내가 사실 너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배우는 누구에게 배워서 되는 것은 아니다.' '잘살고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그 말에 깊이 공감했고 우리가 잘 해내면 극단의 작품에도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ㄴ 진한나 : 당장에 연극으로 사회해답을 제시하진 못하더라도 관객들에게 울림을 준다면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고 인생을 위한 예술을 지향한다. Q. 99도가 이루고자 하는 예술로서의 연극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ㄴ 홍승오 : 예술의 기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관객들의 지친 삶에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과 사회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제시하여 관객들이 그 문제에 대해 한번 곱씹어 볼 수 있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의 기능은 종합예술로서 양질의 공연을 추구하고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리고 '연극은 누군가의 삶을 바꿔낼 정도의 메시지를 담아내야 한다'는 어떤 연출가의 말이 생각난다. 이것이 두 번째 말한 예술의 기능이다. 우리는 그 두 가지를 다 이루고 싶다. 그래서 연극을 일종의 시민운동처럼 할 것이며 그로 인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저마다의 사상이나 생각이 다르지만, 사회적 함의를 연극으로 세련되게 표현하여 세상을 대변하고 싶다. 더 쉽게 다가가는 순간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우리 극단이 추구하는 예술로서 연극의 가치라 생각한다. 플스 60회 방송을 마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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