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플레이투스테이지 - 웃으면서 싸워라! 연극 '바보햄릿' 의 김경익 연출 - 서지유 배우 | 2017-05-17 11:41:23 |
플티 | 조회5,523 |
플레이투스테이지의 61회 출연자로, 배우 겸 연출가 김경익(극단 진일보 대표)과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활발한 연기활동을 펼치고 있는 서지유 배우를 만났다. 이들은 현재, 5월 25일부터 6월 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바보햄릿' 을 준비 중이다. 플스 61회 게스트. 김경익 연출, 서지유 배우 Q.공연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 ㄴ 서지유 : 중·고등학교 때 연극반 생활을 했고 자연스럽게 연극영화과 진학을 한 뒤 졸업 직전부터 프로 무대에 서게 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ㄴ 김경익 : 28세까지 일반 직장을 다니다가 무작정 연극계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극단 오디션에도 떨어졌지만, 다시 문을 두드렸고 들어가서 이윤택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Q. 김경익 연출은 연극이나 영화를 넘나드는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데 각각의 분위기가 어떤가? ㄴ 김경익 : 미디어 연기랑 연극을 나눈다고 하면 기본적으로 출연료의 차이가 있다. 연기에 있어서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만약에 셰익스피어가 지금 태어났다면 연극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르 구분을 두고 싶지는 않다. 제작환경의 분위기에서의 차이는, 방영 일자가 정해진 방송은 일정에 맞춰 물건을 찍어내듯이 만들어내는 구조라 바쁘게 돌아가고, 그에 비해 영화는 제작 규모가 크고 서로 얘기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 반면 연극은 더 친밀하게 소통하고 거의 식구 같은 마인드로 작업에 임한다. Q. 서지유 배우도 연극과 뮤지컬 연기를 다 소화하는데 두 장르의 제작환경 차이가 크게 날 것 같은데… ㄴ 서지유 : 아무래도 연극보단 뮤지컬이 대중예술에 가깝게 만들기 때문에 제작 여건이 비교적 잘 갖춰진 상태에서 진행하는 건 사실이다. 연극은 그에 비해 마음이 자유롭고 넉넉하다. 또 음주 환경에서도 차이가 난다. 나는 뮤지컬을 할 땐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노래나 안무를 소화해야 하므로 연습 때부터 내 몸 상태를 준비해야 하는 긴장감이 있다. 뮤지컬도 소통의 과정이 많지만, 연극 작업할 때는 연습 후에 술자리도 많이 가지게 되고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더 많이 나누게 된다. 연극 바보햄릿 연습현장에서 김경익 연출 Q. 이번에 하는 연극 '바보햄릿'의 내용을 소개한다면? ㄴ 김경익 : '햄릿' 원작에서 억울하게 죽은 선왕을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설정하여, 그 목소리를 전해 들은 햄릿이 복수를 꿈꾸는 내용이다. Q. 각색된 극이지만 '햄릿' 원작을 차용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새롭게 보여주고자 하는 점은 무엇인가? ㄴ 김경익 : 셰익스피어 작품의 강점은 인간이 가진 보편적 정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 속엔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 유령과 같은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표현과 현실 세계와의 소통,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랑, 권력, 또 지식인들의 사회적 책임과도 같이 아주 다양한 요소들이 녹아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작품이 번역투로 공연되면서 관객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번 공연은 그러한 '햄릿' 공연의 원작 틀을 바탕으로 동시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로 채웠다고 보면 된다. Q. 서지유 배우는 셰익스피어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할 때와 각색된 공연을 할 때 연습방법 혹은 메시지 전달에 대한 주안점이 다른가? ㄴ 서지유 : '햄릿' 원작에 충실한 작품과 각색극 둘 다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원작보다 아주 많이 수정된 작품을 경험하고 있다. 연기할 때 작품의 성격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김경익 연출은 우리나라에서 햄릿 역을 잘 소화한 배우 중 하나로 꼽힌다. '햄릿'에 대한 이해가 높다. 그래서 원작과 다르게 많이 각색된 작품이지만 관객들에게 잘 알려진 텍스트를 중간마다 잘 차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연출이 배우의 입장을 잘 알기에 연습을 진행할 때 배우의 연기에 대해 열린 마인드다. 그래서 나도 연습에서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다. 하지만 연출은 이 작품의 작가이기도 하다.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고민한다. 결국, 관객의 시각에서 연출에게 질문을 던지며 작품을 만들어가게 된다. 창크리에이티브 서지유 배우 Q. 연출로서 연습을 이끌어가지만, 연출이 극작과 제작을 겸하고 있으므로 배우가 느끼는 부담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ㄴ 서지유 : 배우들이 제작자인 연출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의 주인공 4명은 단원과 대표로 만난 것이 아니라 연출과 배우로 만났기 때문에 작품의 내용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관계에선 자유롭다. ㄴ 김경익 : 사실 나는 전문작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내가 작품을 쓰고 배우들에게 넘어가면 처음에 생각했던 의도에 대해 배우들에게 고집하지 않고 함께 찾아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ㄴ 서지유 : 연출도 배우 출신이어서 장면의 움직임이나 자신이 지시한 것에 대해 배우들이 억지스럽지 않게 소화할 수 있는지 묻곤 한다. 그래서 소통하기 어렵지 않다. ㄴ 김경익 : 어차피 연극이 힘든 작업이라면 느낌이 강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소박한 아침드라마 같은 연극을 본 적 있다. 같이 본 선배가 '연극이 저렇게 안 바빠?'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차피 한 시간 반 동안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 연극이라면, 가벼운 얘기보단 더욱 깊이 있고 무거운 얘기를 하고 싶다. 그것이 연극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이윤택 선생님과 함께 택시를 탄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께 '선생님, 저도 선생님처럼 세상과 싸우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한참 후에 '난 세상에 욕하면서 싸우지만 넌 웃으면서 싸워'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원래 잘 웃는 편이다. 그러니 내 방식대로 세상과 싸우라는 말씀이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잊히지 않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Q. 김경익 연출의 에너지에 대해서 말한다면? ㄴ 서지유 : 대본을 보고 김 연출의 열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내 입장에선 다소 거리를 두고 작품을 바라보려고 한다. 연출의 열정이 과해서 혹시 놓치고 가는 것이 있지 않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발견해서 연출에게 말하고 논의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내가 해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애착을 보이는 방식이다. Q. 두 사람이 첫 작업인가? ㄴ 서지유 : 그렇다. 하지만 학창 시절부터 김 연출이 무대에 선 모습을 관객으로서 많이 보았다. 나도 부산 출신인데 그때 당시 부산연극의 절반 이상이 연희단거리패의 가마골 소극장에서 올라갔고, 고등학교 때 보았던 김 연출의 배우 이미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굉장히 지적이고 분위기 있던 배우였다. 연극 바보햄릿 연습현장에서 서지유 배우 Q. 노무현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정치성향을 연극에 반영함으로써 시기적인 이슈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왜 노무현인가? ㄴ 김경익 : 이번이 초연은 아니다. 2014년에 이미 올렸고 그로 인해 블랙리스트 검찰 조사 연극인 1호의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작년 11월부터 이 연극을 다시 올릴 것을 준비했다. 노무현이란 인물은 내가 원래 좋아했다. 스스로가 권력을 내려놓은 사람이다. 노무현 집권 시기 때부터 이미 난 '노무현의 가치는 퇴임 후에 더 높이 평가될 것이다'라고 공언하였다. 그리고 연극계에서 이전에 노무현을 소재로 한 작품을 하나 만든 적이 있다. 하지만 내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었다. 노무현의 정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쓰고 제작하게 됐다. '햄릿' 원작에서 선왕은 "나의 복수를 해다오"라는 말을 남기는데 '바보햄릿'의 선왕인 노무현은 복수가 아니라 "나를 버려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깨어있는 시민으로 남아있길 바란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노무현을 소재로 다룰 때 그가 막연한 칭송의 대상이 되거나 감정적인 좌파의 도구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주제의식은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나(노무현)를 버리고 깨어있는 시민으로 연대하여 우리 삶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라는 것이 이 공연의 주제다. '당신은 지식인으로 살아갑니까?'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 삶에서 작은 기적과 감동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묻는 말이다. 그래서 자신이 좌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다. Q. 이런 사회적 이슈와 깊은 메시지를 담으려면 연극예술의 재미를 통한 대중성을 가져야 퍼질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김경익 : 난 연출을 하더라도 내가 지겨우면 못 본다. 한걸음과 반걸음을 비교하자면 연극은 반걸음 앞선 예술이다. 한걸음은 많고 눈높이를 맞추면 쉬워 보이기 때문에 딱 반걸음 정도 앞선 시각에서 관객을 리드해야 하는 예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연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미'를 무시해선 안 된다. 오늘날 미디어의 발달로 공연예술이 제한된 관객들만 만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진국의 연극'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설프게 접근하면 안 된다. 최근에 인기 있었고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도 잊히기 마련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몇 명의 관객에게라도 확실하게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ㄴ 서지유 : 김 연출의 말에 사실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TV 드라마가 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이번 작품이 김 연출의 분명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고 양질의 공연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이 있는 것은 맞지만 교육적으로 몰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냥 재밌는 공연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 연극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우리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다. 극단 진일보 김경익 연출 Q. 객석이 이동한다고 들었다. ㄴ 김경익 : 이번엔 관객석을 네 조각으로 분리했다. 관객은 배우들이 움직이는 객석에 앉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연극을 보게 된다. 객석이 무대의 세트가 되기도 하고 그에 따라 관객은 출연진들의 상대 배역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극 중간에 영상이나 다른 효과 등을 넣어서 다양한 감각을 자극한다. 그래서 4D 연극이라 말하고 싶다. Q. 김연출은 서울연극협회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맡은 분야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ㄴ 김경익 : 서울연극협회에서 정책분과장을 맡고 있고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항의해야 하는 상대방이 넓게는 연극계의 동료들이다. 그런 점에선 적극적으로 질타하기가 곤란한 경우도 있지만,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의 해결과 더불어 다시는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만들고 일련의 과정들을 자료로 남기는 일도 하고 있다. Q. '좋아하는 연극을 하니까 돈을 좀 못 벌거나 정부 지원을 못 받아도 괜찮다'라는 일부 사회적인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서지유 : '못 벌어도 괜찮다'라는 말은 사회적인 시각이라기보다 우리 배우들 사이에서도 늘 하는 말이다. 나부터도 그런 마인드로 연극계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배고플 정도로 연극을 하고 싶지는 않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삶을 살며 공연 활동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티켓을 사서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을 충족시키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경제 논리 안에서 생각하고 배우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연극인들의 복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큰 관심을 두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저 배우로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후배들에게도 본보기가 될 수 있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을 뿐이다. 이제는 배우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앞으로는 그런 행동에 대해 지지하고 동참할 생각을 가진다. ㄴ 김경익 : 하고 싶은 걸 하니까 돈을 좀 못 벌고 지원을 못 받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 순 있다. 하지만 나를 그렇게 취급하지 말아 달라'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사람이 그저 밥 잘 먹고 사는 것만을 고민할 때 '사람이 어떻게 살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이다. 대기업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낯선 세상으로 관객들을 인도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자기 삶의 궤적을 느끼고 지표를 다시 세우게 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예술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람인 것이다. 나름 세상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으니 나태한 사람들로 인식하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Q. 각자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 ㄴ 서지유 : 이후에도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이해랑예술극장에서와 거창국제연극제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ㄴ 김경익 : 가족극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라는 작품을 하고 있고, 내년 초에는 '산골물 소나무'라는 제목의 간송 전형필 선생 얘기를 다룬 작품을 쓰고 만들려고 한다. 간송 선생은 누구보다 우리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했던 분이며 일제강점기 때 반출되는 문화재를 사재를 털어 사들인 분이다. 독회를 해봤는데 느낌이 좋다. 이번엔 좀 규모 있는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