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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플레이투스테이지 - 민간 클래식 공연장 '세실아트홀'의 이광식 대표-이영은 기획실장 2017-06-10 17:26:45
플티 조회4,948

플레이투스테이지의 64회 출연자로 세실아트홀 대표인 이광식 원장과 이영은 기획실장을 만났다.

이광식 원장은 의사이자 성악가인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활동하다 다시 음대에 진학하여 음악인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영은 기획실장 역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세실아트홀의 공연프로그램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맨하탄 음악대학 석사 및 전문연주자 과정을 마친 이영은 실장은 귀국 후 '맨하탄 피아노 앙상블'과 '앙상블 숨비'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녀 관계이기도 한 이들은 압구정동에 위치한 민간클래식전용극장인 세실아트홀을 운영하며 다양한 기획프로그램을 통해 클래식 공연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 플스 64회 방송 바로 듣기



(왼쪽부터) 세실아트홀 이광식 대표, 이영은 기획실장


Q. 세실아트홀의 소개를 한다면?

ㄴ이광식: 1994년에 설립되었고 100석 정도 되는 규모의 소극장이다. 몇 차례의 리노베이션을 거쳐서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지하엔 공연장이 있고 1층에는 전문 연습실이 마련되어 있어서 전반적인 클래식 음악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제법 알려진 공간이다. 그간 여러 독창회 및 살롱콘서트를 진행했다.

최근엔 '하우스콘서트'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었지만 소규모 클래식 음악회의 콘셉트를 가지고 공연을 올린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음악회뿐만 아니라 오페라를 한 적도 있고 도예전시회를 겸한 음악회를 한 적도 있다. 크로스오버 음악 장르와 클래식을 결합한 공연을 한 적도 있다. 연극을 하는 소극장은 많지만 이렇듯 클래식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소극장은 별로 없다.

ㄴ이영은: 클래식의 살롱콘서트 문화를 발전시켜보고자 홀을 만들게 되었고 전문 연주자 초청콘서트 시리즈가 주요 기획공연으로 올라가고 있다.



Q.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공연장등록은 얼마 안 됐다고 들었다.

ㄴ 이광식: 설립된 초기엔 공연장 등록기준이 붙박이 의자여야 했다. 하지만 소규모 공연장에선 좌석을 붙박이로 하면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그 기준을 수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에 개정된 법에서는 붙박이 좌석의 기준이 사라지고 대신에 소방이나 안전에 관한 조항이 강화되었다. 그래서 정식으로 공연장 등록을 할 수 있었다.



Q. 세실아트홀을 통해 많은 예술가가 거쳐 갔을 텐데…

ㄴ이영은: 오페라 '라보엠'을 단막극으로 올린 적이 있다. 성악가 김영미 선생님을 초청해서 올린 공연이었는데, 그 공연으로 인해 세실아트홀이 같이 참여한 젊은 성악가의 데뷔 무대가 되었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신정희 선생님의 제프스키의 곡인 '단결된 민족은 패배하지 않으리라'를 공연했는데 곡의 내용이 최근의 촛불 집회 시기와 맞물려 더 뜻깊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ㄴ 이광식: 고등학교 때 세실 연습실을 이용하던 사람이 대학에 진학하고 저명한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또 교수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세대를 넘어서 세실을 드나들던 음악가들의 제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되었다.



세실아트홀 기획공연 '피아노쇼' 리허설 사진


Q. 소극장 클래식 공연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ㄴ 이광식: 유럽에서는 살롱문화가 발달하여 있다. 예전엔 클래식이 대중적인 여흥 거리였고 귀족들이 자기 집 거실에 연주자를 초대하여 감상하던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그것이 근대에 오면서 대형화된 것이다. 소극장 클래식 공연이라는 개념을 고급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대중적이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극장이라고 해서 공연에 대한 구성요소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관객들의 폭넓은 취향과 인식을 충족시켜야 하므로 기획하는 데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다. 연주자들이 큰 공연장의 객석을 채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작은 공연장에서 하고 싶은 공연을 쉽게 올릴 수 있다. 그리고 큰 극장에서는 음료를 마시는 것이 제한적인데 우리는 와인콘서트를 한 적도 있다. 공연 중에 관객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는 등 공연의 형식도 열려있다.

ㄴ 이영은: 관객들이 연주자의 지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객 수준이 높은 편이다. 식견이 높은 사람들이 눈앞에 앉아 있으니 연주자들이 긴장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티켓 가격이 저렴하다. 대형극장에서 올리는 연주는 낮은 등급 좌석이 2~3만 원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극장의 좌석은 그 정도의 가격에 모두가 좋은 좌석이며 무대와 가깝게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수준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공연 프로그램에 해설을 많이 넣어서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Q. 그동안 우리나라 클래식 시장이나 환경이 변화된 점이 있다면?

ㄴ 이광식: 일단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마니아나 전문가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이 상업적인 음악에 비해 다소 이해와 인내가 필요한 클래식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공연의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여전히 부족하다.



Q. 왜 그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는가?

ㄴ 이광식: 미디어에서는 소위 돈이 되고 유명세를 타는 공연에만 집중한다. 사실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공부가 필요하다.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언론이나 사회적 시스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클래식 공연에 만연해있는 초대권문화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또한, 연주자는 발상의 전환을 해서 대중과 가깝게 가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ㄴ 이영은: 클래식 공연을 '엘리트문화'라는 개념으로 인식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수요가 적은 문제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다. 이들의 공연을 소개해주는 사람도 필요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실아트홀 기획공연 현대음악 피아니스트 신정희 리사이틀


Q. 열악한 환경에서 연주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ㄴ 이영은: 지금은 클래식이 엘리트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많이 없어졌다. 그간에 예술가들이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수요가 적다 보니 경제적인 이유로 힘들어하는 음악가들이 많다.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음악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해결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을 많이 봤다. 우리나라엔 좋은 음악가가 많은데 안타깝다. 대부분이 레슨수입 의존에 생활을 유지해가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실력향상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Q. 세실아트홀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 공연하는 사람을 도울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ㄴ 이광식: 예전에 4년 정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소극장 지원 프로그램(예술공연 전용공간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연주자들이 대관료에 대한 혜택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무대나 조명을 비롯한 기술적인 교육도 무료로 받았다. 공연예술의 지원현황이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맞다.



Q. 혹시 상주단체 지원사업은 어떤가?

ㄴ 이광식: 신청을 한 적이 있었지만 떨어졌다. 상주단체 지원프로그램은 일단 공공극장이 우선순위인 것 같다. 정부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공공극장에 왜 또 지원하느냐는 항의를 한 적이 있으나 감사가 문제고 공공기관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무래도 공공기관은 전문인력이 많으니 행정적인 업무가 원활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민간공연장은 예술가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지원을 받으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ㄴ 이영은: 사실 예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을 받았을 때도 행정적인 일을 수행하는 게 쉽진 않았다. 제출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지원사업이 주관단체의 기획비나 운영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더라도 어려운 상황이 또 생긴다. 그런 과정에서 편법을 쓰지 않으려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ㄴ 이광식: 우리는 공연장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지원을 받아 공연한 편씩 올리는 예술가들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은 우리보다 불편한 상황을 더 많이 겪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샘앙상블 송년음악회


Q. 극장운영의 기본 수익은 어떻게 감당하는가?

ㄴ 이광식: 음악감상회, 합창연습 등의 대관단체들로 운영된다. 다양한 음악공연 대관뿐만 아니라 연습실 대관의 수입으로 극장운영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연주에 대한 녹음시설도 마련되어있어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오디션을 앞둔 가수나 연주자들의 녹음공간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Q. 클래식 소극장 공연의 티켓 판매만을 통해 수익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클래식 연주자들의 자생적인 수익 모델은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ㄴ 이영은: 공연 티켓판매만 가지고 수익이 날 수 있는 공연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공공기관이나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순수하게 공연만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기엔 많은 노력과 관객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동호회나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특별공연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장르와의 결합한 공연레퍼토리의 개발도 힘써야 한다.



Q. 세실아트홀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모델은? 그리고 그를 위해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ㄴ 이광식: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클래식 공연장으로 자리 잡고 싶다. 순수예술문화를 토착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세실아트홀에 마음 편하게 방문하여 연주회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예술인들의 허브 역할이 되는 것이다.

ㄴ 이영은: 예술가들을 세워주는 것이 목표다. 현재 최소한의 비용으로 기획공연을 올리면서 그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실 소극장 연주회에 큰 예산이 드는 건 아니다. 외부지원을 유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적은 금액으로 공연을 빛낼 수 있는 의미 있는 후원자들을 모집 중이다. 해외연주자들의 초청비를 마련하는 크라우드펀딩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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