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전속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강인 작가를 통해 공연사진의 특징과 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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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진의 분야는 어떻게 나뉘는가? ㄴ 상업사진, 다큐멘터리, 파인아트(순수미술)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상업사진의 영역에는 광고, 패션, 푸드, 웨딩 등이 있고 다큐멘터리는 자연생태, 시사 이슈, 롱텀 프로젝트, 스포츠, 과학, 전쟁 등이 있다. 파인아트는 풍경, 정물, 인물, 디지털이 있는데 디지털은 기술을 이용하여 원래의 사진 이미지를 합성, 재편집하는 것을 말한다. 공연 사진은 내 생각엔 상업사진의 영역에 있는 것 같다. 사진을 이용해서 공연을 홍보한다는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나와 견해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공연을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의뢰받고 찍은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공연 사진이 파인아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도 아니지만 내가 공연 사진을 찍을 때는 하나의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라는 기분으로 촬영한다. 공연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나는 국립극장 전속사진가이기 때문에 기록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 플스 81회 게스트. 사진작가 전강인
Q. 사진작가로 활동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ㄴ 나는 사진작가라는 호칭이 좀 낯설다. 아직 스스로 작가라 생각한 적이 없다. 예술적인 면보다 사진에서 기술적인 측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 자신도 아직 ‘작가’라는 반열에 오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그래서 남는 시간에 사진을 배우고 관심 두게 됐다. 거기서 조금 더 욕심이 생겼다. 그 당시 다니던 대학교를 자퇴한 상태였는데 사진을 공부하다 보니 학교에 가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예대 사진과에 진학을 했고 졸업하자마자 사진 전문잡지의 기자로 활동했다. 그때 유명한 사진작가들을 취재하며 거의 다 만났다. 그 작가들의 작업을 가까이서 관찰했던 것이 좋은 기회였지만 취재 기자였기 때문에 막상 촬영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 와중에 가끔 외부에서 촬영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는데 그게 바로 공연 사진이었다. 그때 공연 사진을 접하게 됐고 공연의 현장성이 나에게 잘 맞는다고 느꼈다. 그래서 잡지사 퇴사 후 프리랜서 공연 사진 전문가가 되고자 나름의 작은 에이전시를 차렸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것과 일을 따오는 것은 별개였다. 공연기획사들은 이미 함께하는 파트너 사진가들이 있었다. 이후에 드라마 포스터 디자인 회사를 들어갔다. 거기서 드라마 녹화현장의 스틸사진을 찍는 일을 주로 했는데 그 일도 적성에 맞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나는 여러 전문가가 모여 있고 그들이 분업화되어 움직이는 현장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드라마 녹화현장은 분위기가 거칠지만, 나에겐 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공연 사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데 마침 국립극장 채용공고를 봤다.
▲ 국립국악관현악단 '모던국악기행' 공연사진
Q. 공연 사진을 찍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그리고 공연 장르별 특징이라 한다면 ㄴ 안전한 사진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안전한 사진’이란, 다양한 시점과 입체적 구도를 바탕으로 사진에서 지저분한 입자들이 많이 보이는 노이즈가 적고, 포커스가 정확한 사진을 말한다. 다시 말해 깨끗하고, 퀄리티가 높은 사진이다. 그래야 광고나 보도기사 등 여러 인쇄물을 위해서 쓸 수 있다. 또한, 안전한 사진과 더불어 참신한 사진도 얻어내야 한다. 그래서 집중력이 강하게 발휘해야 하는 작업이고 한번 찍고 나면 녹초가 된다. 공연 장르에 따라 찍을 때도 조금 다르다. 국립극장의 전속단체는 세 개가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연주자들이 정적이다. 찍을 때 어려운 점은 없지만, 그 와중에 입체적인 모습이나 같은 자세더라도 다른 각도의 사진을 뽑아내려고 애를 쓴다. 국립창극단 같은 경우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 담는다는 게 분량도 많고 어려운 일이다. 창극은 일단 ‘극’이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느낌을 찾으려 애쓴다. 국립무용단을 찍을 때는 그들과 같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무용수는 끊임없이 무대를 누비고 다니기 때문에 나도 그 흐름을 같이 하려 하고 체력소모도 많다. 무용에서는 입체적이면서 평면적인 사진을 얻으려고 한다. 평면적이라는 것에 의아할지 모르겠지만 여러 명의 군무 장면일 때 입체적인 사진보다 오히려 평면적인 사진이 보는 이들에게 압도감을 준다.
▲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 공연사진
장르를 떠나서 사진 찍을 때 일반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바로 셔터 소리다. 나는 본 공연 전에 드레스리허설을 주로 찍지만 본 공연 때는 관객에게 불편함을 덜 줘야 하기 때문에 셔터 소리를 내지 않으려 신경 쓴다. 그래서 나름 고안한 방법이 음악의 박자에 맞춰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그리고 공연에서 음악 소리가 작거나 분위기가 고요할 때는 장면에 욕심이 나더라도 사진을 포기한다. 내 욕심으로 셔터를 누르면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 관객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또 한 가지 어려운 점은 조명이다. 공연에서 조명이 무조건 밝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빛의 감도를 조절하는 ISO를 올려서 촬영하면 셔터속도를 확보할 수 있지만, 이미지가 지저분해질 확률이 있다. 그러다 보니 흔들리지 않기 위해 몸이 경직된다. Q. 공연에 담긴 메시지나 내용에 대해서 공부하려면 어렵지 않은가? ㄴ 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는다. 내 역할은 사람들이 공연에 관심을 끌 수 있도록 공연의 장면을 멋져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 안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전에 작품분석을 미리 해두고 배우들의 동선도 완벽하게 숙지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진가의 자세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 그러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사진가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기엔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세 개 단체의 공연을 찍다 보니 공연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미리 숙지할 수 있는 정보는 대략적인 극의 톤, 분위기, 속도감 정도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된다. 아무리 연습장면을 미리 보고 배우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더라도 현장에서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Q. 공연 사진을 찍는 것의 매력은? ㄴ두 가지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긴장감과 생동감이다. 생동감은 공연장 가득 크게 울리는 음악과 바로 코앞에서 보는 배우와 무용수들의 움직임,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음향, 조명, 무대미술, 장치 등이다. 이 모든 것에 둘러싸여 작업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매력이다. 바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생동감이다.
또한, 찍을 수 있는 기회는 한 번뿐이라는 긴장감이다. 나는 어떤 장면을 놓칠까 두렵고 혹시 실수로 사진이 날아가 버릴까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느끼는 긴장감 자체가 나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평상시와 다르게 촬영 때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Q. 공연 전에 홍보용 사진과 공연 사진 찍을 때의 차이점에 대해 말해달라. ㄴ 사전 홍보물 제작은 대개 스튜디오 촬영인데, 이는 나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의도와 콘셉트에 대해 기획자와 대화를 많이 한다. 그 외에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반면에 공연 사진은 온전히 나 혼자 촬영해야 한다. 홍보용 스튜디오 촬영은 기획자나 다른 사람들과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맞춰준다. 어떤 기획자들은 공연 내용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경우가 있다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요구를 맞춰줄 수밖에 없다. 기획자는 사진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획자들의 의견을 따라가는 편이다.
Q. 공연 사진이 인쇄홍보물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스케줄을 맞춰야 하지 않는가? ㄴ 내 장점 중 하나가 편집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아직까진 인쇄 스케줄에 차질을 빚은 적은 없다. 하지만 SNS 게시용 사진 제작 스케줄이 빠듯할 때가 많다. 국립극장에선 언제부턴가 공연 직후에 곧장 사진을 올리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이 집으로 가는 길에 사진을 보며 감동을 되새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SNS에 빠르게 올리게 됐다. 이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서비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속도가 경쟁력이라는 생각은 SNS 담당자와 내가 서로 공감하는 바다.
Q. 공연 사진에서 사진작가로서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것 같은데... ㄴ 그렇지 않다. 나는 그저 모든 많은 스태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공연을 카메라에 담을 뿐이지 어떤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공연은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깃드는 것인데 그걸 사진으로 담는다고 해서 내 개인 작품으로 착각한다면 안 된다. 예술가들과 함께 일한다는 자부심 정도는 있을 수 있어도 창작에 대한 자부심은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술가적인 마인드가 일할 때 꼭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같은 마인드가 일할 때 더 드라이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단한 작가라고 착각하면 현실과 동떨어지는 것이고 오히려 그런 착각이 나에겐 불편함을 초래한다.
▲ 국립무용단 '묵향' 공연사진
Q. 극장에 소속되어있으면 꼭 공연이 아니더라도 많은 것을 촬영할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을 찍는가? ㄴ 공연 외에 모든 행사, 시설물, 홈페이지 게재용 사진 등의 많은 활동영역이 있다. 그중 공연 외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진은 바로 교육 프로그램이다. 미취학 아동부터 정년을 훌쩍 넘으신 분들을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들과 외국인 대상의 전통예술 교육, 문화동반자라는 해외 예술가들과의 교류 프로그램까지 극장의 교육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그중 대부분은 주말에 이루어진다. 특히 어린이 예술프로그램이 있는데 나에겐 재밌고 소중한 시간이다. 부담감 없이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코앞까지 렌즈를 대고 익살스러운 어린이들의 표정을 찍을 수도 있고, 아이들과 같이 바닥에 엎드리고 구르고 하면서 평소와 다른 시각의 사진을 많이 담을 수 있다. 사실 이런 작업을 통해 얻은 독특한 시각을 공연 사진에 적용하는 사례도 많다. 공연 사진은 안전한 사진을 얻기 위한 강박감이 있지만, 이것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아이들은 미래의 공연 관객이기 때문에 그들의 행사에 동참하고 좋은 기억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극장에서 규모 있는 공연촬영을 하는 것처럼 중요하게 여긴다. Q. 공연관계자들에게 한 마디. ㄴ 공연 스태프들에게는 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공연제작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은 공연사진작가들에 대한 처우다. 그들은 공연 홍보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기에 가치를 잘 알아줬으면 한다. 나야 극장에 속해있어 그나마 낫지만 많은 프리랜서 작가들이 그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하게는 공연촬영에 밥 한 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공연사진작가들이 몇 년째 같은 보수를 받고 있다. 특히 “휴대폰으로 찍어도 잘 나와”라는 말을 들을 때는 속상하다. 외국 같은 경우는 오로지 사진가를 위한 공연 시간을 따로 두는 경우도 있다. 사진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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