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메이카 헬스클럽이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ㄴ 서진원: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비싼 데보다는 동네에서 하는 조용한 헬스클럽을 선호한다. 실제 화곡동의 자메이카 헬스클럽이란 곳을 다니며 거기서 만난 군상들을 보며 쓴 작품이다. 그 헬스클럽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 7년 전이고 첨엔 내가 출연할 것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다. 헬스클럽에는 저마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온다. 거기에 김재한 연출이 제목에 대한 의미를 붙였다.
ㄴ 김재한: 이 ‘자메이카’라는 이름이 좋았다. 그 나라는 쉽게 갈 수 있는 것 같지만 가기 힘든 곳이다. 살을 빼기도 쉬운듯하면서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 두 가지 의미를 이번 작품의 메시지로 연결시켜보았다.
ㄴ 서진원: 자메이카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운동중독에 빠진 여성분도 봤고 뇌출혈로 쓰러진 뒤 재활훈련을 하는 젊은 사람도 봤다. 이미 성인인데 조금이라도 키가 크고 싶어서 오는 사람 등 각자 모두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내 소속사에서 강남의 유명한 헬스클럽에 다닐 기회도 만들어주었지만, 그곳은 운동보단 사람들이 자기 과시로 오는 곳이라고 느껴졌다. 오히려 동네의 조그만 헬스클럽에서 작품의 캐릭터를 찾을 수 있었다.
Q. 처음 원작에서 많이 수정했다고 들었는데
ㄴ서진원: 원작에는 등장인물이 11명이었다. 제작사에서 등장인물을 4명으로 줄여서 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는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4명으로 줄이는 결정이 옳았던 것 같다. 인원을 줄이며 수정할 때 오히려 압축의 묘미가 있었다.
ㄴ 김재한: 제작자나 다른 누군가가 건드려 주지 않으면 사실 원작을 수정하기란 쉽지 않다. 인물을 줄였을 때 멀티 배우 없이 극을 만들어 가는 것도 고민됐다. 헌데 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에 더 깊이 들어가다 보면 멀티배역이 없이도 가능할 것 같았다.
Q. 흔히 보는 대학로 코미디 연극은 남녀주인공 두 명에 이른바 멀티라 불리는 조연배우들이 1인 다 역을 소화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번 샌드백과 이번 연극도 출연자 수가 적지만 멀티배역을 쓰지 않았다.
ㄴ 김재한: 멀티역할을 하는 연극을 많이 연출해 봤지만, 그때마다 안타까웠다. 원래 멀티 배역은 극 중에서 부족한 것을 메우는 역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쓰일 수밖에 없었던 점이다. 멀티를 맡은 배우는 자기가 맡은 캐릭터에 애착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멀티배역을 맡았던 사람들을 꼭 그런 역만 맡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 역할이라도 자기 배역을 맡고 싶어 하는 추세다. 사실 멀티 배우가 하는 일은 극 중에서 리듬을 살리는 것인데 멀티가 아닌 1인 1역을 맡은 배우들이 입체적인 캐릭터 표현을 통해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