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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플레이투스테이지 - 공연계 또 한팀의 명콤비, 서진원 작가-김재한 연출 2018-01-24 10:56:57
플티 조회3,308

최근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연극 ‘자메이카 헬스클럽’을 탄생시킨 명콤비 서진원 작가와 김재한 연출을 만났다. 최근 영화 ‘1987’에 출연한 서진원 작가와 극단 타임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한 연출은 둘 다 배우로 데뷔를 했고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기에 누구보다 배우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작가와 연출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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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스 96회 게스트, 서진원 작가와 김재한 연출


Q. 각자 자기소개 및 활동 이력을 부탁한다.

ㄴ 서진원: 1987년에 ‘아가씨와 건달’로 데뷔했고 쭉 무대 연기를 해오다가 영화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1987’에 출연했다. 2004년 영화시나리오 공모전에 운 좋게 당선이 됐다. 그 이후부터는 배우와 작가를 병행하고 있다. 작가와 배우 활동을 겸하다 보니 어떤 후배가 ‘작배’라는 호칭을 붙여줬다. 작가 겸 배우라는 말인데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ㄴ 김재한: 극단 타임컴퍼니의 대표다. 내 외삼촌이 故 이동진 배우였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방송국을 드나들 기회가 많았고 매형이 김응수 배우다. 자연스럽게 연기를 접하게 됐고 1986년에 극단 세 실에서 막내로 들어가 생활하다 1992년에 ‘오델로’로 데뷔했다. 이후 뮤지컬배우도 하다가 연출가로 영역을 넓혔다.

Q. 지난번 샌드백에 이어 이번에도 작, 연출로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는가?

ㄴ 김재한: ‘샌드백’은 작년에 공연을 올리기 전인 2016년에 우리 극단에서 먼저 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완전 초연인 이번 자메이카 헬스클럽이 샌드백보다는 조금 더 어려웠다. 서진원 작가랑은 같은 축구팀에서 활동하고 있고 자주 수다를 떨면서 작품아이디어를 공유한다. 둘 다 배우라서 작품을 펼쳐놓고 만들어감에 있어서 공통점이 많다.

ㄴ 서진원: 김재한 연출과는 샌드백 때부터 호흡이 잘 맞았다. 내가 쓴 대본을 잘 표현해주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유외강컴퍼니에서 이번에 또 내 작품(자메이카 헬스클럽)을 제작하자고 했을 때 오히려 내가 먼저 김재한에게 연출을 맡기자고 추천했다.


서진원 작가


Q.트리플캐스팅이라 연습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ㄴ 김재한: 연출부는 하루 종일 시간을 비워놓고 배우들의 연습스케줄을 짠다. 힘들긴 하지만 배우들이 영상을 찍어서 자신의 연습내용을 다른 팀과 공유하기도 하고 대본도 미리 외워오기 때문에 바뀌는 부분이나 연습 전반에 대해 빠르게 대처한다.

ㄴ 서진원: 나는 연습을 자주 보는 편인데 재밌다. 배우들이 바뀔 때마다 내가 쓴 대사가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 흥미롭다.

Q. 둘 다 배우 출신인데 배우가 작가와 연출로 작품을 만들 때 연습과정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를 것 같다

ㄴ 김재한: 연출은 연극의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배우를 극의 오브제쯤으로 여기는 연출이 많았다. 나는 배우가 무대에서 하고 싶은 대로 발산해야 드라마가 산다고 믿는다. 그래서 연습 때 배우들의 표현대로 맡기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연습량이 많이 진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억지스럽게 그림을 만드는 것보다 배우들 스스로가 자기 연기를 찾아가다 보면 연습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간혹 장기간 공연을 하다 보면 연출이 처음에 만든 것에서 시간이 지나서 달라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출이 짜 논대로 연극을 만들었기 때문에 배우들끼리 공연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답답했던 부분을 슬쩍슬쩍 바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방법으로 초반부터 배우들에게 맡기면서 연습을 진행하면 장기공연을 해도 공연의 내용이 크게 틀어지지 않는다. 나도 연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배우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편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것이 더 힘든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ㄴ 서진원: 내가 쓴 대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들이 간혹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샌드백’이나 이번 ‘자메이카 헬스클럽’은 크게 어긋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ㄴ 김재한: 연습을 하다 보면 표현방법에 있어서 배우들과 충돌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다. 그럴 때도 배우들에게 맡기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먼저 연기해보라고 하는 편이다. 극 전체의 흐름에 안 맞는다 싶으면 원래 작가나 연출의 의도대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배우들에게 무조건 지시하면 자신의 생각대로 표현해보지 못한 미련이 계속 남는다. 그래서 그들의 뜻대로 표현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래도 표현방법에 대한 의견이 모이지 않을 경우에는 작가님과 전화나 면담을 통해서 상의하고 해결한다.



▲김재한 연출


Q. 자메이카 헬스클럽이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ㄴ 서진원: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비싼 데보다는 동네에서 하는 조용한 헬스클럽을 선호한다. 실제 화곡동의 자메이카 헬스클럽이란 곳을 다니며 거기서 만난 군상들을 보며 쓴 작품이다. 그 헬스클럽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 7년 전이고 첨엔 내가 출연할 것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다. 헬스클럽에는 저마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온다. 거기에 김재한 연출이 제목에 대한 의미를 붙였다.

ㄴ 김재한: 이 ‘자메이카’라는 이름이 좋았다. 그 나라는 쉽게 갈 수 있는 것 같지만 가기 힘든 곳이다. 살을 빼기도 쉬운듯하면서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 두 가지 의미를 이번 작품의 메시지로 연결시켜보았다.


ㄴ 서진원: 자메이카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운동중독에 빠진 여성분도 봤고 뇌출혈로 쓰러진 뒤 재활훈련을 하는 젊은 사람도 봤다. 이미 성인인데 조금이라도 키가 크고 싶어서 오는 사람 등 각자 모두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내 소속사에서 강남의 유명한 헬스클럽에 다닐 기회도 만들어주었지만, 그곳은 운동보단 사람들이 자기 과시로 오는 곳이라고 느껴졌다. 오히려 동네의 조그만 헬스클럽에서 작품의 캐릭터를 찾을 수 있었다.

Q. 처음 원작에서 많이 수정했다고 들었는데

ㄴ서진원: 원작에는 등장인물이 11명이었다. 제작사에서 등장인물을 4명으로 줄여서 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는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4명으로 줄이는 결정이 옳았던 것 같다. 인원을 줄이며 수정할 때 오히려 압축의 묘미가 있었다.

ㄴ 김재한: 제작자나 다른 누군가가 건드려 주지 않으면 사실 원작을 수정하기란 쉽지 않다. 인물을 줄였을 때 멀티 배우 없이 극을 만들어 가는 것도 고민됐다. 헌데 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에 더 깊이 들어가다 보면 멀티배역이 없이도 가능할 것 같았다.

Q. 흔히 보는 대학로 코미디 연극은 남녀주인공 두 명에 이른바 멀티라 불리는 조연배우들이 1인 다 역을 소화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번 샌드백과 이번 연극도 출연자 수가 적지만 멀티배역을 쓰지 않았다.

ㄴ 김재한: 멀티역할을 하는 연극을 많이 연출해 봤지만, 그때마다 안타까웠다. 원래 멀티 배역은 극 중에서 부족한 것을 메우는 역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쓰일 수밖에 없었던 점이다. 멀티를 맡은 배우는 자기가 맡은 캐릭터에 애착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멀티배역을 맡았던 사람들을 꼭 그런 역만 맡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 역할이라도 자기 배역을 맡고 싶어 하는 추세다. 사실 멀티 배우가 하는 일은 극 중에서 리듬을 살리는 것인데 멀티가 아닌 1인 1역을 맡은 배우들이 입체적인 캐릭터 표현을 통해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ㄴ 서진원: 배우들에게는 딜레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나는 상업극 배우들을 보면 항상 지쳐있고 재미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매일 극장 가서 비슷한 연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Q. 상업극과 비상업극의 경계를 구분하는가?

ㄴ 김재한: 경계를 나누는 것이 맞지 않다고 본다.

ㄴ 서진원: 나도 글을 쓰면서 한 번도 비상업극을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대중예술이고 누군가가 봐줘야 작품이 되는 것이다. 상업극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정말 성의 없게 만든 수준 미달의 작품들 때문이다. 상업극이어도 질 좋은 작품을 만들면 된다.


ㄴ 김재한: 흔히 공공단체에서 만드는 작품은 예술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배우나 스태프들이 받을 돈 다 받고 티켓 값도 결코 싸지 않다. 이런 공연을 상업극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 자메이카 헬스클럽 공연사진


Q. 각자 평소에 추구하는 연극 스타일이 있다면?

ㄴ 김재한: 결국은 사람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연극에서 역사적인 사건이나 배경도 나올 수 있지만 결국은 그 안엔 ‘사람’이 있는 것이고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ㄴ 서진원: 김연출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바탕인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같다.

Q. 대학로 연극풍토나 분위기를 봤을 때 아쉬운 점을 많이 느낄 것 같다.

ㄴ 서진원: 내가 연극배우로 활동한 지는 꽤 오래전이지만 지금 상황도 개런티 면에서 보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배우들이 활동하는 환경도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의 색깔이 다양하지 않고 질이 떨어지는 작품이 오히려 공연 횟수가 많기 때문에 배우들이 그쪽으로 더 많이 몰린다고 생각한다.

ㄴ 김재한: 제도나 행정이 바뀌지 않으면 환경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연출자나 초연을 했던 배우들 그리고 디자이너들에 대한 저작권의 개념도 없고 대우도 취약하다. 초연 때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적은 돈을 받고 그 이상 다른 보상은 없다. 작품은 계속 진행되며 흥행하더라도 처음 만든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일이 된다. 결국 버티기 힘들어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이 바닥을 떠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Q. 향후 계획은?

ㄴ 서진원: 영화시나리오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에 출연도 열심히 할 계획이다. 그리고 올해 김재한 연출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ㄴ 김재한: 자메이카 2기 팀을 결성하고 있다. 2~3월에 대구에서 공연이 올라가고 개인적으로 ‘소울라이트’라는 작품과 극단의 다른 작품을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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