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플레이투스테이지 - 권리장전 2018 인터뷰 ‘냉면’의 김명화, ‘프로젝트 에이전트’의 양지모 | 2018-10-29 03:25:54 |
플티 | 조회4,038 |
▲ 극단 난희의 ‘냉면’과 극단 프로젝트 럼버잭의 ‘프로젝트 에이전트’ 포스터 <사진=데일리스포츠한국 DB> 정치연극 페스티벌인 제3회 ‘권리장전’이 '분단국가'를 주제로 지난 11일부터 약 2개월간 일정에 들어갔다. 올해 권리장전에 ‘냉면’이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린 ‘극단 난희’의 김명화 연출과 ‘프로젝트 에이전트’라는 공연작으로 참여한 ‘극단 프로젝트 럼버잭’의 양지모 대표를 만났다. Q. 단체 소개를 부탁한다.
김명화: ‘난희’는 내 어린 시절의 아명이다. 난희라고 불렸던 그 시절이 나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행복하게 연극하자는 의미로 지었다.
양지모: ‘프로젝트 럼버잭’은 청년예술인이라고 할 만한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만든 집단이다 Q. 이번 권리장전에 참가하게 된 동기는?
김명화: 극단을 만들고 새롭게 시작해보려는 차에 축제 참여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젊은 연극인들과 함께 해보는 것이 의미 있다 생각하여 지원을 했는데 우리극단의 창단공연을 이 페스티벌과 함께 하게 돼서 시간이 지나더라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양지모: 다른 작품을 하고 있을 때 권리장전 참가팀 모집공고를 봤다. 배우 중 한명이 지원을 추천했고 내 스토리 초안에 아이디어까지 보태줘서 시놉시스를 제출했다. ▲ ‘극단 난희’의 김명화 연출 <데일리스포츠한국 DB> Q. ‘분단’이라는 주제는 어떤가? 김명화: 분명 어려운 주제지만 지금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는 이때에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는 연극을 한다는 것이 더 좋다. 평화분위기로 가는 지금 한반도 정세가 반갑지만 이 봄바람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얼어붙으면 어쩌나 하는 약간의 불안함도 있다.
양지모: 참가 지원을 하고나서 짧은 시간동안 한반도 정세가 급변했다. 그러다보니 주제를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 한반도의 정세에서 분단이라는 현실적 조건을 벗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체변화가 주제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Q. 3년째 진행되는 연극축제이다. 그동안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김명화: 분단에 대해서 고민해서 쓴 작품이 ‘침향’이었다. 이번에 만드는 작품은 그 침향의 다른 버전인 침향외전으로 하고 ‘냉면’이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분단’이라는 그 자체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미워하고 싸우는가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이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위에 분단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양지모: 권리장전은 나에게 연극의 기능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 페스티벌이다. 정치적으로 우리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내가보았던 최초의 페스티벌이고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처음 공모할 때만 하더라도 이 자체를 너무 어렵게만 보지 말자라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작품을 쓰니 쉽지 않았다. 분단이라는 냉엄한 현실이 있는데 관객들에게 마냥 가볍게만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또 무겁게 풀기에는 오히려 관객의 다양한 생각을 방해하지 않을까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그 리얼리티와 연극적 환상 안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 고민 하고 있다.
Q. DMZ도 함께 다녀오고 명사들을 모시고 강연회도 있었는데 어땠는가? 김명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책을 통해 자료조사를 하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분단을 상징하는 곳을 직접 돌아보는 감각적인 기억들이 도움이 됐고 분단국가라는 주제로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이야기해준 강연자 분들 각각의 관점이 알게 모르게 작품 안에 반영될 것이라 생각한다.
양지모: 원래 내가 생각하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섬나라였는데 막상 DMZ에 가보니 저기만 넘어가면 우리나라는 섬이 아니고 그 곳이 생각보다 가깝다고 느껴졌다. 강연회를 통해서는 나의 생각이 객관화가 된 것 같다.
Q. 통일에 관한 두 사람의 생각은 무엇인가? 김명화: 아직 통일까지는 모르겠지만 분단에 의해 벌어진 많은 현상에 대해서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급작스런 통일에 대해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있다. 편안하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볼 문제다.
작업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젊은 배우 중에는 나와 먼 얘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입장에 따른 차이가 있고 여러 선들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민중도 우리 역사의 주체라고 생각한다. 꼭 특정한 국가나 세력에게 분단의 책임을 돌리기 보다는 우리 모두의 DNA에 어떤 잔인함이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양지모: 남북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공존의 상태까지 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평화통일로 가자고 무턱대고 몰아가기 보다는 현재 지금의 상황이 어떠한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단의 대치상황이 길어지면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가진 공포감도 있고 그 공포감을 이겨내기 위해 무뎌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배우들과 공부를 하자고 제안했고 세미나 형식으로 나누어 조사하여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실제 그동안의 많은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 '프로젝트 럼버잭'의 양지모 대표 <데일리스포츠한국 DB> Q. 각자 준비하는 작품에 대해서 소개해 달라.
김명화: 해방정국에 일어났던 많은 사건들 대립들에 대해 살펴봤는데 이 ‘분단’이라는 것이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다보면 오히려 출구를 못 찾을 것 같다. 장난삼아 이야기 해보자라는 측면에서 ‘냉면’이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이 분단의 벽을 이성이나 머리로 넘을 수는 없겠지만 감각이나 정서로는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부제를 ‘침향외전’이라고 붙였는데 희곡 ‘침향’은 10년 전에 쓴 작품이며 이산가족상봉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엔 연극 안쪽이 아닌 바깥쪽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적인 특성도 있는 연극인데 우리가 너무나 목적중심에만 맞춰서 살아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차 과정의 중요성이 줄어들다보니 우리의 연극에서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한편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렇다고 만드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열거한 것만은 아니다. 마치 우주처럼 작품에서도 드러나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이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요소들이 작품에서 보여 질 것이며 배우들과 토론을 많이 하며 함께 만들고 있다.
양지모: 국정원요원과 대학생인 그의 여동생이 주인공인 ‘프로젝트 에이전트’라는 작품이다. 국정원이 정보기관이다 보니 공개된 소스가 없어 상상으로 채워 넣어야하는 부분이 생기는데 관객들이 안 믿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 내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풀어가며 기존에 써보지 않은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자칫 잘못 풀면 가벼워 보일 수 있어서 내가 의도한 톤과 맞지 않을까 우려되긴 하지만 작품을 통해 내가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단면이 담길 것 같다.
Q. 더불어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양지모: 이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이 품고 있는 각자의 믿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 우리가 어떤 것을 믿거나 또는 의심하는지를... 그것이 분단국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이념적인 부분일 될 수도 있고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사람이 무언가를 ‘믿는다’ 라는 건 진실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핵심은 그걸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서 자의적이냐 타의적인가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믿음이 형성됐을 때는 어떻게 보여지며 그 믿음이 의심받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고민하고 있다.
김명화: 그냥 소박하게는 더운 여름에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드시는 느낌으로 이 연극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서로 대립하고 있는 날선 사람들이 ‘왜 우리가 싸우는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분단의 아픔과 먼 세대들에게는 그들이 정서적으로 멀게 느껴졌던 고통을 잠시나마 공감할 수 있다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