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플레이투스테이지 - '라마플레이' 임지민 연출을 만나다 | 2018-10-30 15:53:42 |
플티 | 조회4,466 |
▲ ⓒ라마플레이 제공 극단 '라마플레이'를 이끌며 '집에 사는 몬스터'라는 작품을 올리고 있는 임지민 연출을 만났다. 이 작품은 2017년 우란문화재단을 통해 육성되었으며 CJ 아지트 대학로에서 본격적인 국내 초연을 갖는다.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는 스코틀랜드의 극작가인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작품으로 원제는 'Monster in the hall'이다. 오토바이 사고로 3살 때 어머니를 잃은 '덕'이라는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주인공 덕은 무기력한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덕은 방 한 칸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는 10대 소녀다. 자칫 불행한 부녀의 이야기로 보일 수 있겠지만 작품을 한 번 들여다보면 외부의 시각이 아닌 소녀의 시선에서 모든 것을 그려내기 때문에 힘든 생활 속에서도 희망과 도전의 분위기가 공연전반에 녹아들어 있다. 임지민 연출은 이번작품이 자신이 구상한 세계관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며 이 작품을 만난 것이 큰 행운이라 말한다. 또한 앞으로도 자신의 세계관과 잘 맞는 작품이 나타난다면 꼭 연극이 아니더라도 만들어볼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연극연출가라는 타이틀보단 공연예술가로 불리길 바라고 있다. 연극은 8월20일부터 9월2일까지 CJ 아지트 대학로 극장에서 선보인다.
Q. 작품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작품줄거리의 매력 보다는 원작의 독특한 구성 때문이었다. 처음 희곡을 접했을 때 배역을 정해놓지 않고 대사들로만 이어져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것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써 논 희곡의 층위를 파헤쳐 나가는 것이 재밌었다. 이 희곡을 만나기전 6개월 동안 내가 만들고자 하는 작품의 공간 구상이 다 돼있던 차였는데 그것이 전시나 넌버벌 퍼포먼스로 표현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내 구상과 잘 맞아 떨어진 이 작품을 만난 것이다. 대사를 하는 인물을 정해놓지 않은 것은 작가가 나와 같이 직접 공연을 만드는 사람을 위해 열어놓은 것 같다. 이 희곡으로 독일과 일본 등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작년에 SK우란문화재단의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어 내가 구상한 어떤 작품이라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6개월 동안 나는 무대구성에 대해 고민했고 그 무대구성에 적합한 작품을 찾고 있었는데 우리작품의 드라마투르그가 독일에서 이 공연을 보고 나에게 추천했다. 그래서 남은 6개월은 연극을 만드는데 할애했다. 사실 나의 무대 구성에 맞는 작품을 써달라고 누군가에게 일부러 의뢰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전시나 다른 장르로 표현해 볼까 생각하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나게 돼서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Q. 작품의 특징이 있다면? '인간은 혼자다'라는 무대 철학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 인간을 6면체라고 가정했을 때 다른 6면체(큐브)를 만나기도 스쳐지나가기도 또는 붙어서 같이 가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표현하고 싶은 세계관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작품은 덕이라는 소녀가 끊임없이 자신의 한 칸을 지켜가는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큐브 안에 사람을 가두기보단 각각의 의미를 가진 사람이나 사물이 모두 큐브가 될 수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고 덕이 겪는 상황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극장의 바닥전체를 20칸으로 나눴다. 요즘은 전통적인 프로시니엄 무대를 탈피하여 4면 무대나 4면 객석을 가진 공연들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작품은 객석주변에 무대 그리고 다시 객석의 구조로 되어있어서 4면 무대과 4면 객석의 구조가 혼합돼있다. CJ아지트 대학로극장이 블랙박스씨어터라서 이 작품을 올리기에 적합하다. 몇 개의 공연장을 물망에 놀려놓고 고민하던 중 CJ문화재단에서 다행히 공간지원사업에 선정해줘서 대관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됐다. ▲ ⓒ라마플레이 제공 Q. 객석수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올 1월에 처음 트라이아웃 공연을 했을 때는 객석이 회당 34석밖에 되지 않았다. 객석 수는 적었지만 최대한 지인관객에 대한 홍보를 자제하고 일반관람객 홍보에 치중했다. 이번공연에서도 객석을 많이 늘리면 좋겠지만 이 작품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깨고 싶진 않다. 그러나 공연장 특성상 비우고 가면 더 이상한 구조가 될 것 같아 객석과 무대로 다 채우게 됐다. 회당 100석정도의 객석운영을 할 예정이다.
Q. 작품스타일도 중요하지만 결국 많은 관객과 만나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공연을 한지 13년차인데 올 1월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처음으로 대중과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4년 전에 처음으로 연출 데뷔했던 작품이 있었는데 실험적이었지만 대중성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올 초에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고 관객들이 나의 메시지를 이해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이번 공연의 객석규모는 소극장 연극으로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Q. 최근 연출가들이 대본의 텍스트에 의존하기보단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표현을 하고 있다. 본인이 추구하는 바가 있다면? 나는 'Something New'라는 단어를 좋아하며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한다. 지난 4~5년간 작업을 하면서 그냥 새로운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덧붙여졌다. 질적으로 뛰어나야 한다는 조건이 하나 더 추가됐다. 새로운 것들은 이미 세상에 많이 나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더라도 나만의 퀄리티가 중요하다. 다른 누군가가 보더라도 '임지민작품'임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Q. 멘토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대학 때 서울대 미학과의 교류학생으로 1년간 공부했는데 미학과의 인원근교수님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가 공연연출을 지망한다는 걸 들으시고 미학과나 예술사 수업에서 계속 공부하라고 충고해주셨고 졸업 이후 지난 12년 동안 나에게 거의 매일같이 이메일을 보내주셨는데 고전에 관련된 많은 자료들이었다.
Q. 앞으로 어떤 연출가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어떤 장르에서 능숙한 연출가가 되기보단 콘텐츠 자체의 브랜드를 가진 연출가가 되고 싶다. 아주 작지만 기발한 발상에서 무언가를 창작한다면 그것이 완성도가 높지 않더라도 각계의 전문가를 스태프로 끌어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만 확실하면 어떤 장르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여러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고 있다. Q. 향후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이만희작가님께 수업을 받고 있는데 내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출가로서의 숙제는 '병치와 환치'라는 주제인데 이번에는 연극으로 풀었다면 다른 드라마로도 풀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