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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 연극의 한계를 넘다. 2016-05-09 11:42:28
달나라의 장난 조회3,009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를 주도한 연극사조는 바로 '사실주의'입니다.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이 사조는 오늘날까지도 연극의 커다란 중심사조로 인식되고

그 기반 위에 연출이나 연기론이 발달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실주의연극은 일반 관객들에게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사실주의작품은 사진(寫眞)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에 촛점을 맞춘것이지요.

흔히들 Fact라는 의미의 사실(事實)과 혼동합니다.


하지만 이런 혼동보다 더 연극인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관객의 외면입니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연극에서 리얼한 것을 찾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20세기 후반부터 영상기기가 급속도로 발달했고 기기의 보급율 또한 높아졌습니다.

이제는 스마트 폰의 발달로 손안의 영상시대가 열렸죠.

당연히 관객들의 리얼한 것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습니다.


연극이 아무리 그럴듯하게 보여도 영상보다 우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방법은 무대에 영상을 차용하는것과,

춤과 음악을 넣고 더 화려하게 꾸며서 관객을 압도하는 대형뮤지컬로 가는 방법

아니면 스토리를 재밌게 만들어 코믹으로 가는 것...

또한 요새 많이 얘기하는 타 장르와의 콜라보를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연극 리스크는 서커스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연극과 서커스의 콜라보라고 단정짓고 싶지 않습니다.

리스크의 연출 이수정(극단 사슬 대표)은 서커스 이전에 상상력을 염두해둔것 같기 때문입니다.


장면의 중간중간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에서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펼쳐서 보여주었고

그러한 상상의 세계를 서커스의 동작으로 구현했을 뿐입니다.


아직까지 사실주의극을 일반적인 공연의 양식으로 생각하는 관객이 대다수기 때문에

리스크 공연을 보면 '뭐 이래?'라는 반응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에겐 아주 특별하게 다가온 공연이었습니다.


일단 한세기를 넘게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실주의'연극의 구조를 탈피하려했다는 노력과

영상매체가 휩쓸고 간 빈자리를 무대만의 상상력으로 채웠다는 점 때문에 말이죠.


연극이나 영화도 결국 관객들에게 판타지를 제시하는 것이고 그 판타지는 흔히 문학에서 말하는 '핍진성'.

즉 그럴듯하게 보이는 기술이 작품의 흥망을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상력은 관객을 뒤따르지 말고 한 발 앞서서 리드해주어야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극단 사슬과 아트피아 컴퍼니가 제작한 '리스크'는

대학로 코메디극이 접근해내지 못한 소극장 공연의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극리스크.

연극과 서커스의 만남.

분명한 메세지는 있되 무겁지 않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새로운 연극의 분위기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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